팔고 합치고 '확장보다 슬림화'..'R 공포'에 재계 '선택과 집중'

김민성 기자 신건웅 기자 2022. 8. 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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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사업 접은 LG, LCD 손 뗀 삼성..돈 되는 사업에 집중
유사 사업 합쳐 '슬림화'..해외·비주력 사업 팔아 유동성 확보도
LG전자 북미법인 신사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모습. (LG전자 제공) 2021.7.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신건웅 기자 =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대기업들이 사업 재편에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 글로벌 분업체계가 깨진 공급망 위기 등으로 경영환경이 복잡해진 탓에 기존 사업 구조로는 생존이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확대됐다.

과거 대기업의 사업 합병과 매각은 지배구조 개편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법령상 우려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고 있다.

사업 재정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 경영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 '만년 적자' 사업 접은 LG…LCD 철수한 삼성

LG전자는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후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한때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까지 올랐고 26년간 이어져 왔지만, 만년 적자였던 휴대전화 사업을 지난해 접었다.

올해에는 태양광 셀 및 모듈(태양광 패널) 사업을 중단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며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는 등 시장과 사업환경이 악화된 것을 반영했다.

대신 LG전자는 캐나다 마그나와 손잡고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하는 등 전장사업을 강화했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하락한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의 국내 생산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린 데다 제품 차별화도 어려워진 만큼 최대한 빨리 접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LCD 사업 30년 만에 완전 철수했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화디펜스 제공) 2022.1.17/뉴스1

◇한화는 '방산' 포스코 '에너지'…유사 사업 합쳐 시너지 창출

그룹 내 중첩된 사업을 합쳐 시너지 창출에 나선 곳도 있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간 합병과 분할, 지분매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계열사별로 흩어졌던 사업군 중 유사한 사업을 하나로 모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3개 회사에 분산됐던 방산, 우주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통합했고 지주사격인 (주)한화는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하며 차세대 소재와 장비, 인프라 분야를 공략하기로 했다. 한화임팩트는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 사업을 맡는다.

포스코그룹은 에너지사업 시너지 창출을 위해 자회사 포스코에너지(비상장)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합병을 택했다. 이번 합병으로 천연가스 구매와 재판매 등 양사의 중첩됐던 부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 생산과 트레이딩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저장과 발전은 포스코에너지가 그룹에서 각각 맡아 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회사를 흡수·합병해 비용 절감을 노리기도 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운반하역 설비 제조 자회사인 현대인프라솔루션을 오는 10월 흡수합병한다. 현대인프라솔루션은 지난해에만 2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설비와 운반하역설비를 제조하는 현대인프라솔루션이 선박 건조를 하는 현대삼호중공업에 흡수돼 거래비용은 낮추고 사업규모는 커진다"고 했다.

동국제강 브라질 CSP 제철소 ⓒ News1

◇해외 사업 접고 비주력 사업 매각…"일단 팔아 현금 확보하자"

해외에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비주력 사업에 대한 과감한 철수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중국법인 DKSC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오너 일가의 숙원사업으로 불린 브라질 CSP 제철소 지분마저 처분했다. CSP제철소는 운영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7년부터 4년간 2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철강 수요 둔화 국면에서 변동성이 큰 해외 법인 리스크를 정리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이른바 '부채 다이어트'다.

SK그룹 계열사들도 비주력 자산을 잇따라 매각 중이다. SK가스는 튀르키에(터기) 유라시아 해저터널(ATAS)을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 SK홀드코(SK Holdco) 지분 36.49%를 1430억원에 매각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SK가스 관계자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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