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에..인플레 압력 커지나

류난영 2022. 8. 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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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찾아온 물가 상승의 타격을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심하게 입은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 가구인 1분위는 가처분 소득의 3/4 이상을 식비·주거비·교통비 등 필수 생계비로 쓴 반면, 상위 20% 가구인 5분위는 가처분 소득의 1/4만 생계비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08.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인 1345원 지지선까지 뚫는 등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45.2원까지 오르면서 전날 기록한 연고점(1340.2원)을 하루 만에 다시 넘어섰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9시 22분께 외환 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한때 1337.9원까지 내려가며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상승 반전 하면서 1340원선으로 올라섰다.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번주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미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러시아의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 지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점도 강달러 요인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호재로 작용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우리나라 수출품 가격이 낮아져 무역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원화보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가 더 큰 폭 떨어지면서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 등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더 자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돈을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물가 상승을 가져온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유 등 원자재 등을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표시 원자재, 중간재 가격이 상승해 이를 사용해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생산자물가 상승을 통해 거의 시차 없이국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간 시차상관관계를 시산한 자료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대체로 동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농산물과 석유류의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지 않고 바로 전가됐다. 반면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약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이 2000년 이후 수입물가 상승률, 생산자물가 상승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시차상관계수를 살펴 본 결과 수입물가 상승률은 한 달 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가장 높은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9년 이후로 분석 기간을 한정하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간의 상관계수는 당월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최근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없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는 5월 5.4%로 5%대를 넘어선 후 6월 6.0%, 7월 6.3% 등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1~7월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이미 한은 전망치(4.7%)를 넘어섰다. 추석 등 명절 이슈와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8, 9월 물가가 7월보다 더 큰 폭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예측하고 있는 물가 정점 시기 9~10월도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연간 물가 상승률을 5%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한 방송에 출연해 "현재 (누적 물가상승률이) 4.9%인데 연간 전체로 보면 5% 안팎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물가가 5%를 넘은 적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없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원화 약세 수준이 감당할 수준이긴 하지만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 실장은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 올려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로 시차 없이 전가 될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환율이 감내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보이지만 원화 약세가 심화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정도 가게 되면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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