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전력도매가격(SMP) 상한과 전력시장 왜곡

조정형 2022. 8. 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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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급등 이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원인과 해결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분명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급등이 한전 적자의 첫 번째 요인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하지만 LNG 발전 단가가 오르면 그 외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에도 한전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똑같이 상승하는 전력구매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신재생 에너지와 원전 등 발전원을 둘러싼 논란도 결국 전력구매제도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한전의 적자 심화와 특정 민간발전사의 호황이라는 모순적인 상황은 신재생이냐 원전이냐 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한전의 적자와 전력시장 왜곡은 전력거래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있어야 올바른 방향으로 진일보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하루 단위로 대한민국 전체가 필요한 전기의 총량을 공지한다. 화력, 수력, 원자력 등 각 발전소가 발전량을 입찰하면서 전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춰진다. 이때 낙찰 순서는 가장 저렴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로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원자력→저가석탄→LNG(직수입)→노후석탄→LNG(가스공사) 순으로 발전소가 채워진다.

한전은 마지막 순서로 배치된 발전사의 비용을 기준으로 낙찰받은 모든 발전소에 동일 가격을 지불한다. 평균비용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평균보다 비싼 가격에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손해를 보면서 발전기를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력계통에서 가장 비싼 발전소를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한전이 발전소에 지불하는 비용을 계통한계가격(SMP) 또는 전력도매가격이라 한다. 이보다 전기를 싸게 생산하든 비싸게 생산하든 모든 발전소가 ㎾당 받는 가격은 동일하다. 이런 경직된 가격 구조가 한전 적자의 큰 원인이다. 단가가 가장 높은 발전소의 연료 가격이 오르면 나머지 모든 발전소에도 상승된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LNG 급등에 원자력, 석탄 발전소 전기도 덩달아 상승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유연탄이나 무연탄의 연료비용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유류와 LNG 연료비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2020년 8월과 2022년 8월을 비교하면 LNG는 40만원에서 157만원, 유류는 ㎘당 54만원에서 168만원으로 각각 100만원 넘게 올랐다. 반면 유연탄은 톤당 12만4000원에서 31만원으로 올랐고, 무연탄은 16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오히려 단가가 내렸다. 이에 SMP 가격은 2020년 8월 ㎾h당 63.01원이었으나 2022년 7월에는 151.85원으로 2배 넘게 폭등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전에서 지불하는 SMP는 가장 비싼 에너지인 LNG나 유류를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소 역시 전기생산의 대가를 ㎾h당 151.85원으로 받고 있다. 상식적으로 유류나 LNG 가격이 올랐다면 해당 원자재에만 한정해서 한전의 부담이 커져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잘못된 전력구매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한전의 적자폭은 몇 배로 늘어나는 반면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소는 한전의 적자가 커질수록 호황을 누리는 역설이 발생한다.

왜곡된 가격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한전, 한전 지분이 100% 자회사인 발전공기업 5개사와 한수원 사이에서는 '정산조정계수'라는 제도가 있다. 특정 발전원으로 인해 한전의 자회사가 과도한 수익이나 반대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전이 자회사에 적당한 이윤으로 조정한다.

◇SMP 상한제 도입 시 예측되는 불합리한 시장 왜곡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이 구입하는 전력비용을 강제로 낮추는 SMP 상한제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SMP 상한제가 도입되면 모든 발전소가 손해지만 한전 자회사는 예외적으로 이 문제를 피해 간다. 앞에서 설명한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한전이 자회사에 적정 이윤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반면 보통 우리가 열병합발전소라 불리는 집단에너지 분야 발전소는 막대한 손해가 난다. SMP상한제로 손익분기점이 무너지면, 예컨대 민간 화력발전소는 발전을 포기하면 피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집단에너지 분야 발전소는 관할 구역 주민들에게 냉·난방의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발전기를 의무적으로 돌려야 한다.

더욱이 집단에너지 기업은 한전 자회사도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보전받을 방법이 없다. 잘못된 전력거래 구조가 한전 적자의 큰 원인인데 잘못된 구조를 고치지 않고 SMP 상한제를 도입하게 되면 집단에너지 기업만 불합리하게 손해를 떠안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집단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SMP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2022년 10~12월 한 분기에만 정산금 및 마진 손실로 3000여억원에 이르는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해법으로 SMP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불합리한 제도에 따른 일방적인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집단에너지 기업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발전소 운영을 포기하면 관할 지역에 위치한 주택은 별도의 냉난방 조치 없이 추위나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다.

◇전력구매 제도의 구조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이 때문에 현재의 전력구매 제도 모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SMP상한제를 강행한다면 전력시장 왜곡은 물론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5월 31일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은 “물가 하락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가용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물가를 끌어내릴 수도 없고, 그렇게 한다 해도 다른 경제적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산업부는 시장원리와 정면 배치되는 SMP상한제를 추진했다가 업계와 전문가의 반발로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SMP 상한제라는 섣부른 시도로 전력시장의 왜곡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기존 경직된 전력구매 제도를 개선한다는 목표 아래 전력구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방향은 원자력, 석탄, 유류, LNG 등 발전원별 기준으로 별도의 적정 단가를 산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산업부와 한전, 발전소 등 이해당사자 및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근본적인 제도개선 작업을 착수해야 한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wayto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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