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이웃', 허지웅의 시니컬한 위로[종합]

이예주 온라인기자 2022. 8. 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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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제공.



허지웅 작가는 솔직했고 그렇기에 따뜻했다.

23일 허지웅 작가의 신간 ‘최소한의 이웃’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허 작가는 “2년 만에 나온 책이라 준비와 고민이 많이 들어갔다. 내가 생각하고 의도했던 대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을지 조바심이 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집필 계기에 대해 “언젠가부터 ‘이웃’이라는 말 자체가 상실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글대로 물리적인 옆집사람으로 전락해버린 우리의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고민이 책으로 나와 만족스럽다. 끝까지 궁금하고 읽고싶은 책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허 작가는 제목 선정 이유에 대해 “‘이웃’으로 같이 산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최소한’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글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서로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하는 생각에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의 이웃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우리는 위기가 왔을 때 너무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최소한의 기능을 해야만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다스리고 평안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영사 제공.



허 작가는 이날 개인적인 경험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나도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좌충우돌한다”며 “살던 건물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말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판이었다. 이 일을 겪고 나니 내가 쓰는 비용과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이 사람들에게 인정과 보상을 바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이런 작은 공간에서의 일도 그런데, 더 큰 사회로 확장되었을 때 마주칠 수 있는 굴곡이 얼마나 많겠나. 나 역시 부족하고, 매순간에 평정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혈액암 투병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회복했으나 살다보면 이유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 혈액암 역시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 질병이다. 나도 아직 걸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삶이 이런 것 같다. 사람들은 답이 없고 원인이 없는 것에 대해 잘못된 답을 내리고 매달린다. 내가 만들어낸 과거에 매달리다보면 사는 것이 정말 힘들지 않나. 이 책을 통해 세상에는 이유없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영사 제공.



허 작가는 산문집에 대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읽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살다보면 동굴에서 힘들게 빠져나오자마자 더 큰 동굴을 마주칠 때가 있다. 넘어졌다 겨우 일어났지만 곧바로 더 세게 넘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에게 이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무작정적인 해피엔딩이나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온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잠깐의 도피처를 만들어주는 것 보다는 동굴 밖에 나와 또다른 동굴을 마주쳤을 때도 무너지지 않을 평정심을 이룰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며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막연한 희망보다는 삶에 필요한 평정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고 밝혔다.

허지웅 작가의 따뜻한 제안을 담은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은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분투기다. 책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다투는 현실이지만, 결국 삶은 서로 돕고 기대어 살 때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이예주 온라인기자 yeju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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