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땐 미리 싸게 숙소 예약하라더니..'가격오류'였다고요?

유선희 2022. 8. 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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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부킹' '가격오류' 핑계로 일방적 취소
휴가·추석 연휴 여행 앞두고 발만 동동
10~60% 배상 규정 있지만 약관이 우선
해외 업체 경우엔 피해 구제도 어려워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잦아들고 일상회복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숙박업소의 일방적 예약 취소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위해 지난 4월 초 미리 숙소를 예약했던 김아무개(45)씨는 제주도로 떠나기 2주 전인 지난 7월 말 갑자기 펜션 쪽으로부터 “보수 공사로 방이 없어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예약을 중개한 업체에 항의했으나 “(숙소) 주인 잘못이라 방법이 없으니 서로 좋게 합의를 하라”는 말뿐이었다. 김씨는 “약관을 보니 소비자가 여행 2주 전에 취소하면 위약금 50%를 내는데, 숙박업소는 무슨 패널티를 받는 거냐”며 “그동안 가격이 폭등해 같은 비용으로는 동급의 숙소를 구할 수도 없는데 어쩌란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친구와 부산에 여행을 가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숙소를 예약했던 송아무개(32)씨는 여행 10일을 남겨둔 7월 초 호텔로부터 “가격을 잘못 입력해 예약 사이트에 금액이 잘못 올라갔다”는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송씨는 “정정된 가격을 보니, 한 달 전과 비교해 1박에 7만원 정도 차이가 나던데, 가격 입력 오류는 호텔 쪽 실수임에도 소비자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게 말이 되냐”고 호소했다. 숙박앱 쪽에서는 100% 환불과 함께 추가로 포인트 지급을 약속했지만, 송씨는 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할 작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잦아들고 일상회복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여행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숙박업체의 일방적 예약 취소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여름 극성수기 휴가철에 이어 이른 추석 연휴를 끼고 국내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은데,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예약 당시보다 폭등한 가격 탓에 웃돈을 주지 않으면 숙소를 구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숙박업소 쪽에서는 대부분 “가격오류”나 “오버 부킹” 등을 이유로 대지만, 소비자들은 코로나가 극성일 당시 프로모션 가격으로 내놓았던 물량을 거둬들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해외여행이나 한 달 살기 같은 장기 투숙의 경우, 수개월 전부터 예약을 하는 터라 소비자들은 이러한 의혹이 ‘합리적 의심’이라고 주장한다.

태국 여행을 위해 6개월 전에 호텔을 예약했다는 이아무개(28)씨는 출국 직전인 8월 중순 “가격오류”를 주장하며 예약을 취소하거나 1박당 한화 5만5천원 정도를 더 내라고 요구하는 호텔과 호텔 예약 앱 쪽의 메일을 받았다. 이씨는 “지금의 반도 안 되는 값에 예약했는데, 갑자기 ‘가격오류’를 주장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숙박 앱 쪽에서는 ‘무료 취소’만 얘기하는데, 영어로 소통도 어려운 데다 당장 출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돈을 더 내고 투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코로나 시국에 싼값에 예약을 받아놓고, 여행객이 몰리자 가격을 올려받으려는 의도로 밖엔 안 느껴져 더 화가 났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잦아들고 일상회복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숙박업소의 일방적 예약 취소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소비자원에도 숙박시설과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소비자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숙박시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687건에 달했다. 피해 유형 가운데는 계약불이행을 비롯해 계약해지 및 위약금에 관한 건수가 558건으로 80%를 넘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소비자 쪽에서 숙소 취소를 할 때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는 것에 대한 구제 신청이 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숙박업소 쪽의 일방적 계약 취소에 관한 상담과 피해구제 요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보면,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숙박 예약이 취소될 때, 사용 예정일 10일 전까지는 계약금을 전액 환급해주고, 7~3일 전까지는 계약금 환급은 물론 총 요금의 10~60%까지(성수기 기준) 배상받을 수 있다. 사용 예정일 1일 전이나 당일에 취소할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숙박업소에 관한 규정일 뿐, 숙박 앱이나 중개 업체에 해당하는 규정은 아닌 데다 당사자 간 약관이 우선하기에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다. 또 국내 업소나 중개업체·앱의 경우, 추가 포인트 지급 등의 구제책을 제시하지만, 해외 업체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예약 전에 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신뢰도 높은 중개업소나 앱을 이용하되 숙소 쪽에도 더블체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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