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막걸리 위에 다걸리

이흥우 2022. 8.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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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민속주를 대표한다고 할만하다.

얼마 전만 해도 막걸리는 가정마다 만들어 마시던 가양주 중심이었다.

나 또한 막걸리를 마시는 편인데 문득 그 이름이 우리 민속주로서 격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가치에 상응하는 이름을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다만 어디선가 누가 새로 술 빚는 사업을 시작하거나 어느 양조장에서 마음먹고 '막걸리 위에 다걸리'라는 상품을 내놓으면 자연스럽게 이름이 격상되면서 판매에도 한몫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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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민속주를 대표한다고 할만하다. 발효·보존기술이 발달해서 맛도 좋아졌고 요즘은 생막걸리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민속주로 거듭나고 있어 반갑다.

얼마 전만 해도 막걸리는 가정마다 만들어 마시던 가양주 중심이었다. 술이 익으면 맨 위 맑은 술을 조심조심 떠내 약주니 동동주니 하면서 고급 술로 취급했고, 나머지 술을 체에 걸러 막걸리라고 했다. 말대로 막 걸러낸 술인 것이다. 술지게미에도 알코올 성분이 남아있어서 물을 붓고 다시 주물러 걸러내면 노인, 아낙네들이 찬밥을 말아 먹기도 했다. 그렇게 알뜰히 거르고도 남는 술지게미는 개·돼지 먹이도 됐으니 곡물을 최대한 이용한 조상님들의 지혜를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오늘날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막걸리는 소주, 맥주와 함께 서민들이 이용하는 3대 주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나 또한 막걸리를 마시는 편인데 문득 그 이름이 우리 민속주로서 격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가치에 상응하는 이름을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웃 술을 빼지 않고 모두 걸러낸 술은 진국, 혹은 ‘모두 걸리’라고 했다. ‘모두’는 ‘다’와 같은 말이니 ‘다걸리’도 된다는 생각이다. 요즘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는 웃 술을 뜨지 않은 ‘모두 걸리’, 즉 ‘다걸리’ 술이다. 막걸리는 바른 이름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할만하다. 최소한 다걸리 정도로 불러야 제 가치에 맞는 이름을 찾게 되는 것이다.

막걸리가 외국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다걸리로 이름표를 달고 나가야 한다. 어원상으로도 괜찮다. 술독의 자양분과 술 빚은 정성을 다 모아 걸러서 내놓는 ‘다걸리’라고 하면 좋겠다.

오래 써오던 이름 개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에게 동의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어디선가 누가 새로 술 빚는 사업을 시작하거나 어느 양조장에서 마음먹고 ‘막걸리 위에 다걸리’라는 상품을 내놓으면 자연스럽게 이름이 격상되면서 판매에도 한몫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걸리는 신조어도, 억지로 만든 이름도 아니다. 술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당연히 만들어졌어야 할 이름을 제 시기에 얻지 못하고 숨어있었을 뿐이다. 어디선가 다걸리로 판매가 시작되면 이름 바뀌는 일쯤이야 어렵지 않을 것이고 우리 바른말 고운말이 세계로 번져 나가는데 한 몫 하게 될 것이다.

지방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매우 합리적인 어휘들이 표준어로 등록되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가 많다. ‘모두 걸리’나 ‘다걸리’도 널리 알려지지 못한 아름다운 순우리말이다. 다걸리라는 우리 민속주가 세계시장에서 사랑받길 바란다.

이흥우 시조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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