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전쟁 6개월… 414조원 쓰고도 끝이 안 보인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2. 8. 23.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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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민간인 15만명 사상 “단기간 종식 쉽지않아”
3000개 넘는 우크라 마을 ‘파괴’
마리우폴 도시 90%가 사라지고 민간인 2만명 이상이 몰살당해
부차·이르핀서도 암매장 드러나, 1300만명 피란… 절반은 해외로
“종전 없이 휴전, 한반도처럼 될 수도”
러시아, 최근 점령지 수성에 집중… 주제네바 러대사 “외교 접촉 없어”
지난 4월 말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최전선으로 떠나기 직전 아내와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의 전격적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 만 6개월이 된다. 지난 2월 24일 겨울 끝자락에 시작된 전쟁은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게 됐다. 발발 당시 러시아군이 일주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우크라이나군과 국민이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전쟁은 이제 종착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영국 정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양국의 사상자는 15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8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미국은 러시아 측 사상자가 7만~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사망자는 미국·영국 등 서방은 1만5000~2만명, 우크라이나는 4만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 인명 피해 규모도 막대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11일 “지금까지 우리 측 사망자는 군인 1만명, 민간인 2만8500명 등 모두 3만8500명에 달한다”며 “군인 부상자가 3만명, 실종자가 7200명”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현국·백형선

전란으로 수많은 사람이 집과 고향을 잃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1일 기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군의 공격과 민간인 학살 등을 피해 고향을 등진 피란민이 1300만명 이상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전체 인구(약 4100만명)의 3분의 1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이다. 국경을 넘어 해외로 피란을 간 사람도 665만명에 달했다. 특히 키이우 인근 부차와 이르핀에서는 4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러시아군에 처형과 암매장을 당한 것으로 국제형사경찰기구는 파악하고 있다. 남동부 마리우폴은 3개월이 넘는 폭격 끝에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2만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추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 수의 77%에 달한다. 또 우크라이나 영토의 22%가 러시아에 점령되면서 3000개 이상의 소도시와 마을이 크고 작은 피해를 당했고, 전쟁이 당장 이 상태로 끝난다 해도 복구에 7500억달러(약 1004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킬 세계 경제 연구소와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지금까지 투입된 전비(戰費)는 양측을 합해 3100억달러(약 4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604조원)의 3분의 2가 넘는 액수다. 매일 17억2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전쟁터에 쏟아부은 셈이다. 러시아는 하루 9억달러(약 1조2000억원)씩 총 1600억달러를 썼고, 우크라이나는 하루 약 3.3억달러(약 4000억원)씩 총 600억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미국이 500억달러, 유럽연합(EU) 국가들이 300억달러,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서방 국가들이 100억달러 등 총 900억달러어치의 무기와 물자, 현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총지출액은 1500억달러로, 러시아의 총전비(1600억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전망은 거의 없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전쟁이 여러 해 이어지는 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 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1953년 휴전 이후 종전에 이르지 못한 한반도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주제네바 러시아 대표부 겐나디 가틸로프 대사는 21일 “현재로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외교적 접촉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분쟁이 얼마나 더 장기화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초부터 동부와 남부 전선 모두에서 숨을 고르며 방어적 입장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동부 돈바스와 남부 흑해 연안 등 점령지의 수성(守城)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관영 언론들의 태도도 ‘전쟁의 완승’을 자신하던 것에서 ‘러시아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전술 변화에 우크라이나가 조급해지면서 남부 전선에서 과감한 ‘대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게릴라전’으로 러시아군을 조금씩 밀어내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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