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면 3000원 더 내라" 카카오가 장악한 택시요금

김신영 기자 2022. 8. 23.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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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부추기는 플랫폼] [下] 택시요금 더 올랐다
카카오택시, 호출앱 시장 90% 독점
일반 택시 기본요금 3800원에 '즉시 배차'라며 수수료 3000원
코로나로 택시 잡기 더 어려워져.. 승객들, 비싼 수수료 내고 이용
카카오 "호출 90%가 일반 택시"
물가 통계선 택시요금 상승률 0%
승객들 실제 더 내는 건 반영 안돼

서울 종로구에서 일하는 40대 회사원 이영주씨는 최근 여의도로 외근을 가려다 비가 많이 내려 택시 잡기를 시도했다. 길에 있는 택시는 대부분 ‘예약’ 상태여서 택시 호출 앱인 ‘카카오T(카카오택시)’로 일반 호출을 시도했지만 배차 실패라는 메시지만 반복해 떴다.

‘지금 호출하면 바로 배차된다’는 카카오T 블루는 3000원이 비쌌고, 고급형이라는 블랙 요금은 3만2000원으로 일반 택시 요금의 약 3배에 달했다. 결국 포기하고 지하철을 탔다는 이씨는 “택시 요금을 카카오 맘대로 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원래대로 요금을 내고 탈 택시가 없다면 사실상 택시비가 오른 것 아니냐”고 했다.

택시와 승객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겠다던 택시 호출 플랫폼이 각종 수수료를 부과하고 더 비싼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요금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택시 호출 앱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카카오택시가 이같은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공공 교통수단인 택시의 요금을 올라가게 만들어도 정부는 손을 놓은 상황이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 가운데 택시비 상승률은 공식적인 기본 요금을 토대로 2019년 2월 이후 계속 ‘0%(서울 기준)’지만,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낮 5분 거리인데 기본요금 6800원인 ‘블루’

카카오택시는 직접 운영하는 카카오T 블루를 부를 때 거리나 호출 시간과 상관없이 최대 3000원의 호출비를 받는다. 서울의 택시 기본요금은 2019년 2월 3800원으로 800원 인상되고 나서 3년 8개월 동안 그대로인데, 일반 택시와 똑같지만 ‘블루’라는 이름이 붙으면 기본 요금이 6800원이 되는 셈이다. 호출비는 카카오택시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회사가 절반씩 가져간다. 카카오택시는 블루보다 더 높은 요금을 받는 대형 택시인 벤티, 고급형 택시인 블랙 등도 운영하고 있다.

택시 호출이 많지 않은 평일 대낮인 22일 오후 3시, 기본요금 거리인 서울 종로구의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청역까지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더니 요금이 6600원인 벤티가 맨 위에 떴다. 바로 아래는 호출비 3000원이 붙는 블루와 5분 거리에 9700원을 받는 블랙이 보였다. 원래 기본요금인 3800원을 받는 일반 택시는 하단에 있었다. 카카오택시가 직접 운영하는 요금이 비싼 택시들을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점유율 올린 뒤 가격 인상 폐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택시 호출 중 약 90%가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일반 호출”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택시 기사 수가 계속 줄어 택시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택시는 기본요금 몇백원 올리는 문제로도 정부·업계·소비자가 줄다리기를 하는 공공 서비스인데도 카카오택시로 인해 기본요금 개념이 무력화되고 소비자가 내는 돈이 불어나는 상황”이라며 “처음엔 무료 호출 등으로 앱을 쓰게 한 후 점유율이 높아지면 가격을 올리는 독점 플랫폼의 폐해가 한국 택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나서 점유율이 올라가면 가격을 올리는 온라인 플랫폼의 ‘약탈적 가격’ 문제는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장 미국 뉴욕시에서는 승차공유 서비스시장을 장악한 우버, 리프트 등이 각종 프로모션을 종료하면서 작년부터는 우버 요금이 택시비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저렴한 수수료로 전자상거래 점유율을 1위로 올린 아마존이 최근 수수료를 크게 인상해 논란이 됐다. 구글은 무료로 사진을 무제한 올릴 수 있다고 했던 ‘구글 포토’ 서비스에 지난해부터 용량에 따라 월 2400~1만1900원을 부과하기로 해 반발을 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렴한 서비스로 소비자를 묶어두는 이른바 ‘록인(lock-in·자물쇠) 효과’는 독과점 플랫폼 업체가 가격을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기반이 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오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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