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2억5000만원 들인 팽나무의 이사

마을의 살림살이가 그때 창졸간에 무너앉았다. 부산 가덕도 바닷가, 평화롭게 살아가던 율리마을에서 벌어진 10여년 전의 사건이다. 갯벌에 지천으로 널린 조개를 캐며 이어가던 마을의 풍요는 산산조각났다. 갯벌이 갈아엎어지고, ‘가덕도 일주도로’라는 자동차전용도로가 놓이게 됐다. 먹고사는 일이 묘연해졌다.
돌아보면 지치고 힘들던 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고단한 마음을 붙잡아준 건 ‘할배, 할매’라는 이름으로 500년 동안 사람살이를 지켜준 팽나무 한 쌍(사진)이었다.
나무에 얹혀진 마을의 역사는 이제 마을을 관통하는 큰 도로를 따라 산산이 부서져야 했다. 마을 사람들이 온몸으로 공사장을 막은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떻게든 나무를 지켜야 했다. 마을의 생명줄이었던 샘을 갈아엎는 일까지도 참을 수 있었지만 할배·할매나무가 쓰러지는 건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러나 현대화의 급속한 물결을 막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공사를 주관하는 쪽에서는 효과적인 완공만 서두를 뿐이었다. 그때 부산시에서 마을 사람들의 요구와 공사 계획의 절충안을 찾고자 했다. 오랜 토론 끝에 한 쌍의 팽나무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전당 앞 ‘APEC나루공원’에 옮겨 심기로 결론지었다.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는 할 수 없어도 그나마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을 사람들은 고마워했다. 2010년 3월의 일이다.
한 쌍의 팽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극진한 배웅을 받으며 대형 바지선에 실려 뱃길 50㎞의 먼 길을 따라 이삿길에 올랐다. 키 10m, 줄기둘레 7m의 큰 나무를 옮겨 심는 공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달 넘는 준비를 거쳐 이사를 완료한 공사에는 2억5000만원이라는 큰 비용이 소요됐다. 나무 이식에 든 최고의 비용으로 기록될 공사였다.
무사히 이사를 마친 할배·할매 팽나무는 이제 율리마을을 넘어 부산 해운대의 상징으로 새 역사를 다시 시작했다. 나무와 사람이 더불어 지어낸 훌륭한 풍경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트럼프 “하메네이 사살 성공…이란 국민, 조국 되찾아라”
- 이란 국영 매체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남부 초등학교서 50여명 폭사”
- [뉴스분석] 이란 정권교체라는 ‘장대한 도박’ 나선 트럼프…하메네이 ‘순교자’ 만들면 장기
- 이 대통령은 집 팔았는데···‘다주택’ 장동혁, 6채 중 오피스텔 1채만 매물로
- 26만명 몰릴 BTS 광화문 공연, 1시간 동안 신곡·히트곡 ‘한가득’
- “조희대 탄핵”과 “윤석열 석방” 사이···3·1절 하루 앞, 둘로 나뉜 태극기 물결
- 완주 송광사 찾은 이 대통령 “오랜만에 마주한 고요함···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 얻어”
- ‘왔다 ㅌㅌ대통령’···틱톡 가입한 이 대통령 “팔로우, 좋아요, 댓글까지 아시죠?”
- 설날, 남아돈 전기가 오히려 전력망에 ‘압박’으로···AI 시대, 원전은 정말 필수일까
- [단독] 문상호 전 사령관 등 ‘내란 연루’ 군 관계자, 국방부 상대 행정소송 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