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한국계 금융인들의 '회귀본능'

문재용 2022. 8. 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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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인사들 모임인 한인금융인협회(KFS)는 설립 12년을 맞아 활동 범위를 국내까지 넓히려 하고 있다. 단체를 설립한 마이크 주·샌더 허 KFS 공동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골드만삭스에 근무하며 한국 정부와 월가 간 가교 역할을 맡았다. 당시에는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금융인이 얼마 없어 이들이 20대 초·중반 나이로 외평채 40억달러 발행, 국내 부실채권 처리 등 중임을 맡아 국가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국제 금융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고, 한국이 그에 걸맞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국제 인맥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국 금융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게 KFS의 구상이다.

지난달 출간된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창업주)의 회고록에도 고국을 향한 절절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신용조합인 오사카 흥은을 설립해 큰 성공을 거둔 그는 '금융보국(金融報國)' 일념하에 한국 진출을 추진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 이르러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 은행인 신한은행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신한은행은 여타 국내 은행들에서 찾아볼 수 없던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선보였고, IMF 외환위기를 거쳐 국내 금융계가 재편된 후에는 한국의 대표 금융지주로 도약했다.

이들처럼 타국에서 성공한 뒤 고국에 기여하려는 금융인들 일화를 접하면 존경의 마음이 생겨난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새 유사한 일화를 접하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한국 금융은 왜 수십 년째 동포들이 보기에 무언가 결여돼 있고, 도와주고 싶은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국내 금융기관들이 내수시장 나눠 먹기에 천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관치금융의 한계를 다시 논할 수밖에 없다. 삼성·현대나 K팝을 배양한 한국의 치열한 경쟁시장 원리가 금융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시장경제 부활을 표방하고 나선 윤석열 정부도 대표적으로 내세운 금융정책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부채 원금감면(새출발기금)이다. 금융 분야에서도 한국의 인적자원과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정책적 보조를 통해 산업 전반이 도약할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다.

[금융부 = 문재용 기자 moon.jaeyo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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