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용후핵연료 처분 사업을 원전기업 재기 발판으로

2022. 8. 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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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에너지가 글로벌 기후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원전의 역할이 국제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의회는 친환경 경제활동의 국제기준이 될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EU 집행위원회의 최종안을 승인했다. EU 의회는 원자력이 그린 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한 선결 조건도 함께 제시했는데, 국가 차원에서 2050년대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운영계획을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용지 선정, 용지 실증(RCF), 건설 과정을 거쳐 운영되는 점을 감안할 때 로드맵을 과정별로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의 선두주자인 핀란드와 스웨덴은 각각 2025년과 2030년 영구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건설작업이 한창이다. 프랑스는 건설허가 신청서를 올해 안에 제출할 예정이고, 영국과 스위스 등도 용지 선정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출범하면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 산업의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K택소노미에서 제외된 원자력을 새롭게 포함할지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운영계획 등을 검토 중이다.

국내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지난해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했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운영과 관련해서는 용지 선정에 13년, 처분 용지 실증에 14년, 건설에 10년 등 총 37년이 소요된다는 개략적인 기간만 산출·제시했다.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설정한 고준위방폐물관리 특별법이 제정되면, 이 사업은 본격적으로 착수될 것이다.

현재 국내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자력발전소 용지 내 수조에 임시보관 중이다. 향후 처분장을 건설해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옮겨 영구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는 특수 용기에 담겨 저장·운반·처분되는데, 각 단계에서 용기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만 총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비롯한 창원 소재 원전기업들은 금속 성형·가공 분야에서 특수 용기를 만드는 데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구체화될 사용후핵연료 처분사업의 연구개발(R&D) 단계부터 건설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들은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R&D와 여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사업 등에서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한다.

우리는 결코 잊지 않아야 하는 교훈을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얻었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원전산업 생태계라는 것이다. 일감이 끊기면 기업이 고사되고, 인력은 외부로 유출되고 만다. 현재 창원 소재 원전 기업들은 링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처지와 다름없다.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할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사명감과 더불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원전 기업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부상한 사용후핵연료 처분 사업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힘을 모아 도와야 할 것이다.

[홍남표 창원특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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