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원·달러 환율에 금융시장 경고등..천장 어디까지?

13년 4개월 만에 고점 기록…코스피 주춤 전망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2일, 전 거래일 대비 0.28%(3.80원) 오른 1339.80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22일 KB국민은행 딜링룸의 모습. /국민은행 제공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의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4개월 만에 고점을 기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135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전 거래일 대비 0.28%(3.80원) 오른 1339.80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40.1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은 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두고 선진국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 압력과 유럽 에너지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지난 17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등으로 긴축 경계감이 재차 고조된 가운데 유로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맞물리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0%에서 3.65%로 인하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선진국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 압력과 유럽 에너지 위기, 중국 내수 경기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연내 달러화 강세와 연동된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가는 흐름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1350원 수준마저 위협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파운드, 유로와 더불어 위안화 약세 현상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음이 원화 약세, 즉 달러·원 환율을 1350원 수준까지 견인할 여지가 커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도 "연준의 매파적 기조와 미·중 갈등 상황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달러 강세를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의미한 경계선 중 하나인 1330원선이 뚫렸기 때문에 추이를 봐야겠지만, 하반기 고점을 1350원보다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원화가치 하락에…외인 매도 우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출 업체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입품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가는 흐름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 그동안 회복세를 보이던 코스피도 다시 주춤할 수 있다.

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1%(30.19포인트) 하락한 2462.50에 장을 마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아무래도 오르게 되거나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계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투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며 "환율 수준이 과거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서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시장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에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강한 매파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물가 피크아웃이 진행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 때문"이라며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 주가 조정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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