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재판 지연 방치해선 안 돼
변호사 89% "재판 지연 겪었다"
'김명수 사법부' 재판서비스 퇴보
국민 피해 커지고 사법 불신 가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화제와 인기를 얻고 종영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 변호사는 엄청난 암기력과 남다른 발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소송에서 이겨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특히 판사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 흐믓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우 변호사의 창의적인 변론을 적극 받아들이는 ‘우군’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신속한 판결도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했다.
헌법 27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민사소송법 1조에도 ‘법원은 소송 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소송법에는 심급별로 5개월 안에 판결을 선고하라고 돼 있지만 지킬 의무가 없는 훈시 규정일 뿐이다.
소송에 휘말리면 대부분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판결을 기다리다 목이 빠질 지경이란 말까지 나오지 않나. 민사 재판이 툭하면 지연되는 바람에 제때 권리 구제를 받지 못해 부도를 맞거나 파산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몇 년 후 승소해봐야 수중에 남은 것 하나 없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형사 재판이 미뤄지면 구속된 피고인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판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재판을 질질 끌어선 안 되는 이유다.
왜 이렇게 됐을까.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취임 이후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 ‘재판 독립’을 명분으로 일체의 평가와 선발 제도를 무력화한 것이다. 승진 개념을 없애고 법원장도 인기 투표로 뽑는 마당에 어느 판사가 열심히 일을 하겠나. 게다가 요즘 젊은 판사들은 ‘워라밸’을 중시한다. 법원 안팎에선 “전국 배석 판사들이 ‘일주일에 판결 3건만 쓰겠다’는 암묵적 합의를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래도 되는 건지 우려스럽다.
미국 법조인협회의 민사사건 처리 권고 기준은 90% 사건을 1년 내에, 100%의 사건을 2년 내에 처리하는 것이다. 뉴욕주는 재판이 밀린 판사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주 대법원장은 법원장 회의에서 재판 지연을 다그친다. 독일은 2011년 ‘재판 지연 보상법’을 만들어 재판이 1개월 지연될 때마다 100유로씩 보상하고 있다. 선진국들도 재판 지연을 개선하려고 애를 쓰는데 우리 법원만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김 대법원장은 “31년5개월 동안 재판만 해 온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좋은 재판’을 기조로 내세웠다. 하지만 재임 5년째인데 재판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의문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재판을 미루는 건 국민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가뜩이나 사법 불신이 큰 마당에 재판 지연이 이를 더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판사도 공무원이다. 능력과 성과에 따른 인사·보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법원도 느슨한 조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명감이 떨어져 게을러지고 월급쟁이가 돼가는 법원을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게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곳이 법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판사다운 판사, 부지런한 판사들을 현실 법정에서도 보고 싶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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