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심야분식집 여인

2022. 8. 2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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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분식집 여인은 시인 되는 것이 꿈입니다.

이 미덕이 합쳐지면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허기진 영혼들에게 퍼주는 분식집 주인이 됩니다.

손님들이 다 떠난 분식집에서 그녀는 날개옷으로 갈아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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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경
여자는 자신의 뚱뚱한 몸에서
영혼을 꺼내고 싶어 한다
‘뚱뚱하다’라는 말이 ‘하늘天’이라는 한자에서 왔다는
어원 풀이를 철석같이 믿는다

퉁퉁 분 라면을 젓가락질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나는 시처럼 상승해 버릴 거야

날개가 돋은 여자
가볍게 밤하늘을 날아
미지의 별들을 배회하며
아이처럼 까르르 웃다가

꿈을 망가뜨린 양은냄비를 우울하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여자에게 소리친다
네 영혼은 뚱뚱해
나를 표절하지 마!

살아갈수록 낯선 세상이라고
혼잣말을 내뱉는 여자의 밤이
한 번 더 퉁퉁 불고
심야분식집 여인은 시인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녀는 성실함과 노력과 재능의 조합이 있으면 최소한의 밥벌이를 할 수 있고

이 미덕이 합쳐지면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미덕을 다 갖추었다고 여인은 생각했는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밥벌이가 되지 못하는 시인 대신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여

허기진 영혼들에게 퍼주는 분식집 주인이 됩니다.

손님들이 다 떠난 분식집에서 그녀는 날개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가볍게 밤하늘을 날아 미지의 별들을 배회하며 아이처럼 까르르 웃기도 하고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를 한없이 바라보다가

현실로 돌아옵니다.

살아갈수록 낯선 세상이라고 혼잣말을 내뱉는 그녀.

여자의 밤은 퉁퉁 불어터진 라면발 같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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