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진정한 라인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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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피비린내 나는 싸움, 국민의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경시하는 야만적 전투가 매일 반복되고 있다.
동유럽의 드네프르강이 러시아부터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적시듯 서유럽에는 라인강이 스위스부터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가로지른다.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군사적으로 팽창하던 시기 라인강 유역 전체가 프랑스 제국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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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통합 사고전환 통해 평화·번영 이뤄
동유럽의 드네프르강이 러시아부터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적시듯 서유럽에는 라인강이 스위스부터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가로지른다. 라인강 유역은 ‘전쟁의 대륙’ 유럽에서도 특별히 빈번하고 파괴적인 세력 충돌이 일어났던 곳이다. 2000여년 전 이미 로마 제국과 게르만 부족의 충돌로 시작한 라인강 유역 전쟁사는 20세기 중반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근대만 보더라도 이 지역에서 벌어진 강대국의 세력 다툼은 잦았고 잔혹했다.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군사적으로 팽창하던 시기 라인강 유역 전체가 프랑스 제국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19세기 말 비스마르크가 세운 독일 제국이 강세일 때는 알자스의 스트라스부르나 로렌의 메스가 통째로 독일의 영토로 재편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하면서 프랑스는 라인강 서쪽을 모두 점령한 바 있고 이에 반발한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사를 벌여 프랑스를 점령했다. 독일 패전 이후 라인강 유역은 다시 프랑스 군대에 점령당했다. 수없이 목숨을 앗아간 끝없는 땅따먹기와 그치지 않는 유혈의 역사였다.
1950년대부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생각을 바꾼 덕분이다. 영토를 차지하고 독점하려 할수록 그 결과는 비참한 분쟁과 피해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데 수천년이 걸렸다. 그러나 공간을 나누고 공유하면서 교류하면 평화와 번영을 얻을 수 있다는 소중한 결론을 얻는 데는 수십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유럽 통합이란 기본적으로 사고의 전환이다. 독점적 영토의 논리에서 개방적 공간의 상상으로 생각을 고치면서 유럽은 긴 평화를 얻었고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발원하여 프랑스, 독일을 가로질러 네덜란드를 통해 북해로 나가는 라인강은 이제 독일을 넘어 젖과 꿀이 흐르는 유럽의 풍요를 상징하게 되었다.
시체와 지뢰로 가득 찼던 국경 지역은 이제 독일(바덴·뷔르템베르크주)과 프랑스(그랑테스트) 두 나라를 대표하는 부자 지역으로 떠올랐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고래 싸움에 새우’ 꼴이었던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등 소국들은 이제 유럽 정치와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국경의 검문검색조차 1980년대의 솅겐 조약으로 사라진 뒤, 사람들은 자유자재로 나라를 넘나든다. 일례로 프랑크 제국의 수도였던 독일 아헨에서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벨기에 리에주, 룩셈부르크를 거쳐 프랑스 로렌의 메스까지는 310㎞, 하루에 같은 화폐를 사용하는 다섯 나라를 한 나라처럼 돌아볼 수 있는 서울∼광주 거리의 코스다!
내 것이라며 주장하고 독점하고 통제하는 영토는 뺄셈의 논리다. 반면 문을 열고 양보하고 끌어안는 선택이야말로 덧셈의 공간이다. 역사가 보여주는 영토와 공간, 더하기와 빼기의 논리를 잘 이해하는 지혜가 무척 중요한 21세기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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