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변경 핑계로 차값 너무 올린다"
일부 디자인·편의사양 추가 모델도 인상.."출고 지연 보상금제 필요"
자동차 업체들이 이른바 ‘연식변경 모델’을 이유로 가격을 너무 가파르게 올린다는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부품 공급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가피한 상황은 이해하면서도 차값 상승폭이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2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3월 내수차 평균 판매가는 4200만1000원이다. 각각 현대차는 4609만4000원, 기아는 3790만8000원이다. 이는 2020년 대비 9.8% 상승한 가격이다.
2020년엔 현대차·기아의 평균 판매가는 3827만7250원으로, 40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에는 4123만원4050원으로 올랐고, 올해 4200만원을 돌파했다.
일단 현대차가 기아보다 가격이 비싼 것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여러 모델이 추가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일부 디자인이나 편의사양만 추가된 연식변경 모델의 가격 상승폭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시민회의는 연식변경을 근거로 현대차·기아가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일명 ‘카플레이션(차량 가격 급등세)’ 상황을 빌미로 더 적극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시민회의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완전·부분 변경 모델에 한해 가격을 인상하고, 연식변경 모델은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해온 것과 반대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카플레이션은 전 세계적 추세긴 하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급 차량 선호 등의 불가피한 가격 인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차량의 출고 대기 기간이 18개월을 넘어가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은 예상한 것보다 더 비싼 가격의 연식변경된 차를 구입해야 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단체는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아이오닉 5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프레스티지 2WD 모델은 2022년에서 2023년식으로 연식을 변경하면서 가격을 89만원 올렸다. 추가한 옵션은 1열 유리창 차음 글라스,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뿐이다.
아이오닉 5의 연식변경 상승폭은 더 컸다. 아이오닉 5는 2023년식으로 변경하면서 450만원(8.6%)이나 가격이 올랐다.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향상, 하이패스, 레인센서(빗물 양을 감지해 와이퍼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를 추가해 기존 차량(5206만5900원)보다 크게 올린 5656만155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또한 시민회의는 현재 출고 대기 기간이 18개월로 가장 긴 기아의 스포티지를 예로 들며 “인기 차종은 오랜 출고 대기 중 차량 연식이 바뀌면, 기존 계약서와 달리 추가금을 내고 원하지도 않는 옵션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해야 한다”며 “ ‘요즘 차는 빨리 살수록 이득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호근 시민회의 자동차위원장(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에서 연식변경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제작사 중심의 소비문화”라며 “출고 기간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한 제작사의 지원금, 보상금 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 공급망 불안 등으로 부품 가격이 급등한 것이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상 주요인”이라며 “연식을 변경하며 고객 요구를 반영한 각종 필수, 선택 사양을 따져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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