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특수검진사업 '1년 시범'으로 그치나

반기웅 기자 2022. 8. 2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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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고강도 지출구조조정 여파
내년 시행 예정이던 본사업 '무산'
긴축 따른 복지 위축 우려 현실화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사업이 시범사업 1년 만에 폐지 위기를 맞았다. 기획재정부의 지출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내년 본사업 시행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가 농작업 질환 관련 특수건강검진을 받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농업 분야)이기도 하다. 긴축 재정으로 복지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게 없어지면 안 되지. 받아보니까 참 좋더라고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받으면 좋겠다싶었는데….” 30년 넘게 벼농사를 짓는 최윤순씨(63·전북 익산)는 지난 1일 원광대병원에서 특수검진을 받았다. 그간 허리·무릎이 결리고 아파 동네 병원을 찾으면서도 건강검진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농사일로 시간 내기가 빠듯한 데다 비용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받았다. 최씨는 “오전에 검사받고 오후에 결과가 바로 나와서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받아야 하는지 세세히 설명을 들었다”며 “막연히 큰 병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낸 검진비는 2만원이다. 전체 비용 20만원 중 18만원은 국비 지원을 받았다. 앞서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검진은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위험도, 폐활량, 농약중독 총 5개 영역 10개 항목에 대해 이뤄진다. 대상은 만 51~70세 여성농업인이다. ‘여성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성농어업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에 근거해 마련된 제도다.

여성농업인의 근골격계 유병률은 70.7%로 남성농업인(55.1%), 비농업인(52.2%)보다 높다. 근골격계 의료비용도 여성농업인의 비용 부담은 125만5000원으로 남성농업인(92만8000원), 비농업인(30만4000원)보다 많았다.

농식품부는 2019~2020년 연구용역 등 준비사업을 마친 끝에 지난해 처음 시범사업(9000명) 예산 20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시범사업을 한 뒤 내년 본사업(380억원·60만명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사업 예산이 다시 ‘기재부 벽’에 막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 어떻게든 예산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본사업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단 시범사업이라도 연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내년도 긴축예산을 마련하기로 하고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 복지관련 사업은 삭감 1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노상철 단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수차례 연구·사업을 진행해 효과가 입증된 사업”이라며 “이제껏 국가가 방치해온 농민 건강을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또다시 미루고 손을 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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