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 사업 예산 삭감..칼날 위의 복지
“지출 효율성·재정건전성 향상”
성과 미흡 땐 예산 매년 의무 축소
핵심사업 10개, 전 주기 직접 관리
단기간 성과 안 나는 복지·교육
대폭 축소 가능성…“공공성 악화”
정부가 재정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 방식을 부처별로 통합해 적용하되 저성과 사업의 예산은 매년 의무적으로 삭감키로 했다. 추경호 경제팀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지출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노인일자리 사업, 기초과학 지원 등 단기 성과 잣대로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복지, 교육, 기초과학 사업은 본격적인 ‘칼질’ 압박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효율에만 몰두하다 보면 결국 공공서비스의 본래 취지를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2022~2026 재정사업 성과관리 기본계획’을 22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가재정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정부가 수립해 발표한 계획으로, 현재 시행 중인 재정사업 성과 관리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2003년부터 재정사업 성과관리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재정사업 성과 관리 제도가 형식적으로 시행된 데다 구속력 있는 예산 환류 제도가 없어 평가 결과를 예산 편성 과정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봤다.
정부는 성과 목표 관리를 실효성 있게 운영키 위해 사업 프로그램당 2~3개씩 존재하던 성과 지표를 프로그램당 1개로 줄이기로 했다. 부처별 2~5개의 대표 성과 지표는 인포그래픽(표지판 등에 사용되는 간단한 시각 기호) 형태로 요약돼 국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포털에 공개된다. 경찰청의 경우 4대 범죄 발생 건수나 범죄 검거율, 112 신고 신속 처리도 등이 대표 성과 지표로 지정되는 식이다.
사업성과 평가와 관련해 정부는 성과 미흡 사업의 예산을 매년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삭감하는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예산 삭감이 곤란한 사업의 경우 각 부처는 관련 내년도 예산을 기재부가 요구할 때 제도 개선 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특정 사업이 2년 연속 성과가 미흡할 경우 각 부처는 사업을 재설계해야 하며, 3년 연속 성과가 미흡할 시 해당 사업은 폐지된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평가가 중복되는 사업을 최소화하고 존치 실익이 낮은 평가 지표도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비전이 반영된 핵심 재정사업을 10개 내외로 선정해 자신들이 직접 예산 편성부터 집행, 평가, 환류까지 중점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재부와 관계 부처,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업별 전담 관리팀이 꾸려진다. 기재부는 핵심 재정사업 목록을 올해 말까지 선정해 공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연간 성과에 따라 기계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게 되면 단기간에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교육정책이나 복지 성격이 강한 직접일자리 사업 등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복지 등 사회서비스 사업은 재무적 성과로 측정하기 어렵다”며 “기관 특성에 따라 평가 방식이나 지표가 달라지지 않으면 필요한 공공서비스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가 중장기적으로 나오는 연구·개발(R&D) 사업 같은 경우는 100개를 투자하면 1~2개 성공하는 식인데, 단기 수치 위주로 보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99개 사업 예산을 삭감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재부가 정책 사업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타 부처나 공공기관에 과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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