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학 야구 '투구 수 제한 규정' 도입..소년만화식 '부상투혼'의 퇴장
고교선 '일주일 500구' 제한
유도·배구 등 다른 종목서도
어린 선수들 보호 규정 도입
“혹시 더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 “별로 없었다. 나는 장차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기 때문에 공을 너무 많이 던져서 다치는 것은 좋지 않다.”
일본소년야구연맹 경기에 출전하는 유소년 야구팀 사카이 빅보이스의 투수 도쿠이 고지로가 지난 6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틀 연속 선발 등판한 도쿠이 선수는 당시 경기 도중 교체됐다. 올해부터 일본 중학 야구에 엄격한 투구 수 제한 규정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장내에는 “○○선수의 투구 수는 20구, 총 투구 수는 67구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왔다.
여름은 일본에서 학원 스포츠의 계절이다. ‘부상투혼’은 일본 스포츠계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언론은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가 몸을 던져 팀을 승리로 이끄는 장면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1990년대 큰 인기를 끈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도 주인공 강백호가 부상의 고통을 참으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부상투혼은 일본에서도 더는 환영받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중학경식야구협의회는 이번 시즌부터 ‘투수는 하루 최대 80구, 2일간 120구 이내로 던질 수 있으며 4연투는 금지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중학생 투수의 혹사를 막기 위해 2015년 투구는 하루 7이닝 이내, 연속 2일간 총 10이닝 이내로 정했지만 “이닝 제한만으론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구수 제한 규정이 마련됐다.
앞서 고교야구에서는 2020년부터 투수 한 명이 일주일에 500구 이내로 던져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당초 2년 동안 시범 실시하기로 한 규정이었지만 일본고교야구연맹은 실시 기간을 2024년까지 연장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봄·가을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를 열지 못해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고시엔에서 에이스 투수가 얼마나 공을 던졌는지도 관심거리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시가현 오미고등학교와 후쿠시마현 세이코학원이 결승전에서 맞붙는데, 오미고교의 야마다 세이토 선수는 준결승까지 644구를 던져 올여름 고시엔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세이코학원의 사야마 미라이 선수는 준결승전에서 ‘일주일에 500구 규정’에 걸려 경기 도중 교체됐다.
다른 종목에서도 어린 선수를 보호하는 규정이 도입되고 있다. 앞서 전일본유도연맹은 매년 여름 주최하던 초등학교 5·6학년 대상 중·경량급 개인전 대회를 올해부터 폐지했다. ‘승리지상주의’의 폐해가 지나쳐 어린 선수들에게 과도한 체중감량과 부상 위험이 있는 기술 습득을 강요하는 일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본 배구 국가대표선수였던 마스코 나오미는 은퇴 후 초등생 배구대회를 운영하면서 감독이 선수를 혼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어릴 적 지도자에게 맞거나 혼나면서 운동했던 기억 때문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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