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함께권리를] 교통사고 조사하다 '쿵'..일하다 다쳐도 치료비는 '알아서'
[앵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일하는 환경에 대한 연속기획, 오늘(22일)은 산재보험 문제 들여다봅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현장에 출동하는 사람들, 사고 조사 업무를 대행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입니다.
일하다 차에 치이기도,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하지만 치료비는 알아서 부담해야 합니다.
그 실태를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사고 조사원, 차에서 내리는 순간 다른 차가 들이받습니다.
전치 3주가 나왔습니다.
사고 조사원 14년 차 김인식 씨와 동행해봤습니다.
손해사정사로부터 온 출동 지령.
김씨가 15분 안에 도착해야 한다며 속도를 냅니다.
[김인식/교통사고 조사원 : "몇 분 내에 도착하게끔 평가가 있습니다. 평가 때문에도 일찍 가야죠."]
운전 중에도 고객 전화는 받아야 합니다.
[김인식/교통사고 조사원 : "급하게 나가다 보니까 전화량도 많고 이러다 보니까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사고 다발자로 등록이 돼서 보험료가 엄청나게 많은 직원들도 많고 그러죠."]
사고 현장은 8차선 도로 중간.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현장 사진을 찍는 김 씨 옆을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수신호를 할 때 뒤를 봐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앞쪽으로 오세요. 앞쪽으로!"]
종일 도로 위에 있다 보니 다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김인식/교통사고 조사원 : "이 태블릿을 (들고 있는데) 손목을 백미러로 치고 가버린 경우도 있고. 사진 촬영하고 있는데 차가 이제 이렇게 밀고 간 경우도 있었고."]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고 조사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고조사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이 교통사고 출동 서비스 종사자들을 조사한 결과 업무 중 한 번 이상 사고를 경험한 비율이 80%에 육박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평균 횟수는 6번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산재 보험의 적용 대상에 빠져있습니다.
일하다 다쳐도 치료비는 스스로 부담해야 하고 쉬는 기간 휴업 급여도 받지 못합니다.
[김인식/교통사고 조사원 :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구조가... 저희가 출동을 나가야만 생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편하게 또 치료를 받을 수도 없어요."]
특수고용노동자는 일부 직종에 한해 산재보험이 적용되지만 교통사고 조사원과 방과후교사, 통학버스 기사 등은 제외돼 있습니다.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는 백만 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촬영기자:최경원/영상편집:이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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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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