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K] 위기의 서해 ‘물범’…천적 늘고 먹이 줄고
[앵커]
한반도가 뜨거워지면서 위기에 처한 건 바다 생물도 마찬가집니다.
최근 우리 바다의 평균 수온도 1도 가까이 올랐습니다.
'1도 높아지는 게 무슨 문제냐' 할 수 있지만 바닷속 1~2도는 땅 위에서 느끼기에 5도에서 10도와 맞먹습니다.
바다 생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겁니다.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해양보호생물종이 20년도 안돼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대표적인 게 우리나라 최북단 백령도에 사는 점박이물범입니다.
기후위기대응팀 김은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점박이물범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몸 전체에 검은 반점이 있는 점박이물범, 해마다 3월이면 중국 보하이만에서 먹이가 풍부한 우리 바다로 내려옵니다.
매년 300마리 정도가 백령도 주변에 터를 잡습니다.
제 뒤로는 물범 바위가 있습니다.
바위 근처에는 물범들이 고갤 빼꼼 내밀며 취재진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1940년대 8,000마리까지 늘었던 서해 물범은 계속 줄어 현재는 개체 수가 약 1,500마리에 불과합니다.
지난달, 물범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1급으로 상향됐습니다.
[박정운/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라든가 심각한 해양쓰레기 문제 등으로 인해서 점박이물범의 서식 환경에 대한 불안정성도 계속 높아지고…."]
뜨거워진 바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서해는 지난 30년간 수온이 1도가량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수온 상승의 3배 수준입니다.
이런 수온 상승은 먹이 환경을 바꿔놨습니다.
물범은 까나리 등 한류성 어종을 먹이로 삼는데,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물범 서식지까지 북상했습니다.
[안용락/국립해양생물자원관 실장 : "수온의 변화가 생기면 먹이생물에도 변화가 생기거든요. 먹이 활동을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여기에다 난류성 어종을 쫓아 올라온 천적, 백상아리도 물범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진종구/환경안보아카데미 원장 : "백상아리에 물려서 상처가 나서 있는 물범이나 몸이 잘려서 해안으로 밀려오는 그런 물범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부터 그렇게 됐죠."]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온이 더 오를 경우, 물범의 번식지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서해의 수온 상승을 막지 못하면 점박이물범은 늘어난 천적과 줄어든 먹이로 점점 살 곳을 잃어 자취를 감출지 모릅니다.
KBS 뉴스 김은재입니다.
김은재 기자 (eoe61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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