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K] ‘천연기념물 산양’ 18년 뒤 우리나라서 멸종?
[앵커]
안녕하십니까.
도시의 밤을 환하게 밝히던 서울 광화문과 부산 광안대교가 조금 전 9시부터 불을 껐습니다.
최고로 전력을 많이 썼던 2003년 8월 22일을 기억하자는 ‘에너지의 날’ 행사입니다.
9시 뉴스도 함께 스튜디오 조명을 "조금" 낮춰봤습니다.
답답하지만 어둠 속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건 에너지의 소중함과 급격한 기후변화입니다.
오늘(22일) 9시 뉴스, 끊임없이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부터 들여다봅니다.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계속 높아져서 30년 전보다 1도 가까이 올랐습니다.
점점 동물들이 살기 힘든 환경이 돼가는데 실제 천연기념물 산양은 2040년이면 우리나라에서 멸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먼저, 기후위기대응팀 이정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산 기슭에 커다란 몸집의 짐승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낭떠러지 주변을 서성이다 한참 멈춰 서있거나 카메라를 응시하기도 합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양'입니다.
[김규철/대구대 산양 서식지 연구팀 : "바위 앞에 절벽, 그리고 뒤쪽으로 어느 정도 도망갈 길이 있는 능선이랑 연결된 바위 지대에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 산양 최대 서식지인 울진·삼척.
올봄 대형산불로 먹이가 사라지면서 터를 잃었습니다.
이곳 울진, 삼척 일대에는 190여 마리의 산양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울진·삼척 지역이 국내 최남단에 있는 산양들의 집단 서식지인 겁니다.
산양은 현재 태백산맥을 따라 울진 지역까지 분포해 있습니다.
하지만 2040년, 이곳은 물론 우리나라 전역에서 산양이 자취를 감출 수 있습니다.
산양은 연평균 기온 12도 이하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국내 최남단 서식지 울진의 연평균 기온이 지난 30년간 꾸준히 올랐기 때문입니다.
KBS가 대구대 연구팀과 함께 직접 산양의 개체 수 변화를 분석해 봤습니다.
IPCC 시나리오에 따라 2040년 지구 온도가 1도 오르고, 매년 500ppm의 탄소를 배출하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매년 서식지가 파괴돼 2040년에는 산양이 서식할 수 있는 곳이 강원 북부의 극히 일부 지역으로 줄어듭니다.
[조영석/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 : "아주 천천히 새로운 서식지에 적응해나갈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거죠. 과연 이렇게 빠른 서식지 이동을 동물들이 쫓아갈 수 있느냐라고 답을 한다고 하면 되게 어려울 거다…."]
다른 동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북부에만 살고 있는 사향노루는 2040년이면 더는 살 곳이 없습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한반도, 국내 멸종위기종 지정은 지난 30년간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도 '뿔제비갈매기' 등 15종이 새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됩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이정은 기자 (279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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