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인플레감축법 대응.. 연내 현지공장 첫삽 뜬다

국내 전기차 美 보조금 제외
아이오닉5·EV6 1000만원 올라
현지공장 설립 6개월 앞당겨
2024년 하반기 완공·양산키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 라인.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의 완공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연내 착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미국 정부가 현지 생산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을 통해 현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지켜낸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의 착공 시점을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에서 올해 안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조기 착공 방안이 추진되면 공장 완공과 양산 시점은 2025년 상반기보다 6개월 빠른 2024년 하반기가 된다.

현대차가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법안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이오닉 5나 EV6 등 현대차그룹이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서 수출되고 있어 이 혜택에서 제외된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연말부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아이오닉 5나 EV6 등 주력 모델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는데 금액이 1000만원 정도다.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가격이 1000만원씩 비싸지는 셈이어서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교부 등이 나서서 해당 법률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하고 있지만, 현대차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을 앞당기는 것이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함께 리딩 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아이오닉 5는 올 1~7월 1만5670대, 같은 기간 EV6는 1만4284대를 각각 판매했다.

미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5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만7000여대를 판매해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에서 현지 경쟁력은 한층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네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 '빅3' 업체는 물론 폭스바겐, 도요타 등도 미국 전동화 사업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해 현대차그룹 역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영어 연설을 통해 "100억 달러(13조4000억원)가 넘는 신규 투자로 미국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전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겠다"며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무공해차(ZEV) 비중을 40~50%까지 높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