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주범 아니라는데.. '블록딜'에 줄줄이 내리막

이윤희 2022. 8.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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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KB 지분매각에 주가 반토막
셀트리온·롯데칠성 등도 된서리
거래정보 알수없어 개인에 악재

'블록딜'은 주가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걸까? 국내 최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블록딜(특정 기관과의 대량매매) 소식에 최근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 19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주식 1480만주를 전날 종가 대비 8% 할인한 2만8704원에 블록딜을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주식을 3809만7959주(지분율 8.00%) 보유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20분쯤 국민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내부 자본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가운데 1476만주를 주당 2만8704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지분 매각 이후에 약 5% 수준의 지분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전날 종가보다 8.17%(2550원) 하락한 2만8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1조원이 넘게 증발, 전날 14조8000억원대에서 13조6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장 초반엔 12.98% 떨어진 2만7150원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8월 상장한 이후 신저가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주가는 연초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블록딜 직후 주가가 급락한 종목은 카카오뱅크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카카오 그룹의 카카오페이도 2대 주주인 알리페이가 보유 지분 3.77%(500만주)를 블록딜로 매각하면서 주가 급락을 경험했다. 카카오페이는 블록딜 이후에만 15% 이상 빠졌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지난 3월 3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블록딜 발표 다음날 각각 7%대로 급락했다. 2013년 기준 14.90%의 지분을 보유했던 테마섹은 2018년 3월부터 차익실현을 위한 블록딜에 나서, 그 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586만5000주를 매각하고, 2020년 4월 257만주를 처분한 이후 올해 230만주를 추가 매도했다. 테마섹이 여전히 셀트리온와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지분 5%안팎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매물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6월과 7월 롯데칠성과 SKIET도 블록딜 발표 다음날 4.10%, 14.35%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삼성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지분을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블록딜은 말 그대로 주식을 특정 대상과 한꺼번에 대량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블록딜 때 매각가격은 시가보다 낮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할인율이 높을수록 주가가 시장에서 저평가 받는 것이므로 추후 주가 하락 폭도 더 크다. 올해 블록딜을 진행한 대형주 중 할인율이 높았던 SKIET(14%)와 카카오페이(11.8%)는 블록딜 직후 하락률도 두 자릿수로 높았다.

과거엔 장기 투자하는 외국계 펀드들이 대량의 물량을 받아갔다며 호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신풍제약의 경우 지난 2020년 홍콩계 펀드와 외국인 기관투자가에게 대규모 자사주를 매각한 당일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 또는 외국계 기관이 당일 사들인 주식을 곧바로 팔아 차익실현한 것이다. 이런 일은 특히 박스권 장세에서 자주 벌어진다. 기관 입장에서는 할인된 주가로 샀기 때문에 당장 팔아도 이익이 남는다.

블록딜은 장외 거래가 원칙으로 장내 매물 부담과 관련한 잡음을 줄일 수 있어 대주주와 기업 모두 선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블록딜의 구체적인 정보는 알기 어려워 개인들에게는 악재로 여겨진다. 개인 투자자들은 블록딜은 기관과 기업 등이 알음알음 매매가격을 정하는 까닭에 거래에서 소외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법인의 주요주주가 보유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장내(블록딜 포함)에서 매도할 경우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요 주주의 주식매도 여부가 투자자에게 있어 중요한 투자정보라는 취지다. 블록딜을 사전 공시하거나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지만 블록딜 자체가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블록딜로 인한 물량 출회는 일시적 수급 요인"이라며 "종목의 펜더멘털이 강한 경우 블록딜 이후 주가가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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