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긴축발언 쏟아낸 美.. 환율 1340원 턱밑에

문혜현 2022. 8.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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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8원.. 13년 4개월만에 최고
수출효과 상쇄 무역적자 늘어나
한은, 금리인상 속도 빨라질수도
코스피, 환율 쇼크에 급락.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만에 장중 1340원선을 넘어섰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9원 급등한 달러당 1339.8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340.2원까지 뛰어오르며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13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긴축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연준 위원들이 매파적(통화긴축) 발언을 이어가면서 금리인상 전망에 힘을 싣자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0.7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주 연준은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락(환율 급등)하면 수입물가가 높아져 물가 상승세의 정점이 지연되고 경기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상승세는 소비를 둔화시키고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키우게 된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수입 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7.9% 상승했다. 이를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통화 기준으로 보면 수입물가 상승률은 14.5%로 낮아진다. 원화가치가 하락해 그만큼 수입 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수입 물가의 상승은 소비자물가 오름세의 정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 정부는 추석이 지난 9월, 늦어도 10월 즈음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의 하락 등이 이런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원화 가치의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분을 상쇄시킬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았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원자재를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효과를 상쇄하고 무역적자를 늘릴 수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달 1∼20일 무역적자는 102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환율 상승으로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빨라질 수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가계 이자부담·경기침체 우려 등을 고려하면 '빅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0.25%p 인상할 것"이라며 연말 기준금리를 연 2.75%로 전망했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해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국내 증시 영향력이 큰 외국인의 적극적인 주식 투자를 제약하므로 증시에 불리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 연준이 소비자물가가 2%대로 안정될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상당기간 이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80원으로 제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19포인트(1.21%) 내린 2462.50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3일(2461.45) 이후 최저치다. 이날 낙폭은 지난달 6일(-2.13%) 이후 한달 반 만에 가장 컸다. 코스닥지수는 18.30포인트(2.25%) 내린 795.8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8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달 28일(798.32) 이후 약 한 달만이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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