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석달간 100번 쓰고 남긴 '찐 후기'.. 안 써봐도 장단점 한눈에

박성기 2022. 8. 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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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생활용품 리뷰계 끝판왕 유튜버 '귀곰'
식기세척기 등 장기간 사용후 일상언어로 평가 공유
협찬·광고료 받은 제품도 솔직히 다뤄 신뢰도 상승
활동명과 달리 지나친 성실함·광기는 구독수 한몫
독특한 '아재' 말투·엉뚱한 호기심에 재미 선사도

가전·생활용품 리뷰계 끝판왕 유튜버 '귀곰'

난해한 용어와 숫자로 가득한 '스펙' 대신 '경험'을 리뷰하겠다며 나선 이가 있다. 혜성처럼 나타나 생활가전 및 용품 리뷰계를 뒤흔들고 있는 그의 이름은 '귀곰'. 세상만사 다 귀찮아하는 평소 성격을 반영해 활동명을 '귀찮은 곰'으로 지었다지만, 자신의 손때가 묻은 각종 물건을 리뷰할 때만은 얼굴에 뒤집어쓴 곰 모양 탈 속에 보이는 그의 눈에 열정이 가득하다.

회사원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유튜버로 '1인 3역'을 해내고 있는 유튜버 '귀곰'은 트레이드 마크인 곰 모양 탈을 쓰고 익명성을 유지한 채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리뷰하는 콘텐츠로 인기몰이 중이다. 그가 현재 거느리고 있는 구독자는 무려 40만 명.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분야의 유튜버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인기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월 첫 영상을 게재하며 활동을 시작한 그는 1년 도 채 되기 전인 지난해 2월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며 급성장했다. 이후 인기에 더욱 가속도를 얻으며 지난 1년 동안에만 2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새롭게 확보했고, 최근 4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섰다. 현재까지 선보인 130여 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5300만 회에 달한다. 채널 내 최고 인기 영상인 '식기세척기 3개월간 100번 넘게 사용한 진심후기 리뷰'는 200만 회 이상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귀곰은 어떤 매력으로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인기 유튜버로 급부상했을까.

무엇보다 그는 복잡하고 어려운 스펙 설명 대신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생활 밀착형 리뷰'로 일반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전문 지식이 많지 않은 '평범한 문과생' 출신임을 강조하는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제품을 실제 사용해본 자신의 경험을 다분히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예로, 식기세척기 리뷰 영상 속에서 그는 세척력 스펙을 읽어주는 대신 설거지 난이도가 가장 높은 양념 돼지고기 볶은 프라이팬, 계란찜 만든 뚝배기, 묵은지 넣어둔 김치통이 얼마나 깨끗하게 닦여 나오는지 직접 실험해 보인다. 식기세척기에서 사용되는 '80도 고온의 물'은 '정수기의 뜨거운 물 정도의 온도'로 묘사하고, 식기세척기의 장점을 '설거지가 귀찮아 하루에 컵 한 개로 버티다 이제 컵을 여러 개 쓸 수 있다'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인 리뷰 영상 속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그의 이러한 직관적이고 실질적인 표현들에 시청자들은 반가움과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팩트 폭행형' 리뷰"를 또 다른 인기 비결로 꼽는다. 그는 직접 자신의 돈을 내고 사 장기간 사용한 경험을 공유하는 '찐 내돈내산' 리뷰를 하기로 유명하다. 간혹 기업으로부터 협찬이나 광고료를 받고 다루는 제품이 있더라도 장·단점을 모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일명 '니돈내맘' 리뷰를 선보여 구독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집착과 광기'가 느껴지는 성실한 리뷰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그는 최고의 세탁 세제를 추천하겠다며 시중에 나와 있는 세제 10종을 거금 60만 원을 들여 사고 직접 사용해 본 뒤 장·단점을 항목별로 세세히 비교한다. 빨래 건조기를 리뷰할 때는 면 티셔츠 하나를 3번 이상 돌려보며 매번 얼마나 줄어드는지 직접 재보기도 한다. '귀찮은 곰'이라는 활동명과 상반되는 그의 성실함과 지독함에 구독자들은 "리뷰에 진심인 것이 느껴진다", "제정신 아닌 것 같은 리뷰가 바로 귀곰의 리뷰"라며 찬사 어린 댓글을 남기곤 한다.

'B급 감성'이 담긴 그의 재치있는 입담과 독특한 말투, 엉뚱한 호기심은 전자 제품에 관심 없는 이들조차 그의 채널을 구독하게 만드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생활 가전 및 용품 리뷰 채널임에도 독특한 '아재' 말투로 시시때때로 찰진 애드립을 던지고 최신 인터넷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상 편집에 욕심부리는 그를 지켜보고 있자면 그의 채널이 코미디 채널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각종 실험 리뷰를 하기도 하는 그는 '자동 분유 제조기에 단백질 보충제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식기 세척기에 건조 오징어를 넣으면 반건조 오징어가 될까?' 등 아내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할 만한 괴짜 실험들을 고집해 "웬만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라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인기를 끌어모으며 '생활가전 리뷰계의 끝판왕'의 자리에 오른 귀곰. 그가 앞으로 어떤 기발하고 독특한 '하이퍼리얼리즘 리뷰'를 통해 우리에게 알찬 정보와 큰 웃음을 선사할지,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도 기대가 크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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