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배운다] "옆이 아닌 앞을 봐라.. 재능 위에 지혜 올려야 진정한 프로"

박은희 2022. 8. 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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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모이는 지점에서 '트렌드' 보여
과거에 멈추지 않고 현재 변화 맞춰야
숙고한 행동이 쌓여 '히스토리'가 된다
스스로 주도권을 잡으면 기회는 따라와
그냥 하지 말라(대한민국 최고의 데이터 분석가가 바라본 10년의 변화상, 10년의 미래상) 송길영 박사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적자생존. 진화론적 관점에서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았다.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바뀌느냐다. 요즘은 자잘한 기록까지 저장해 활용하는 빅데이터 시대다.

빅 데이타를 통해 미래 세상을 엿볼 수도 있다. 위기를 맞으면 안개 속처럼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이럴 때 빅데이터를 통한 미래예측과 대비전략을 뽑아낼 수 있다니 솔깃하다. 변화의 원인과 파장의 크기,변화방향 등을 읽어낸다는 것이다. 소셜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하는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책 '그냥 하지 말라'를 통해 새 시대의 전문가 기준을 제시했다. 변화가 누적되고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숱하게 목격한 그를 만나 혁신의 시대를 읽어내는 법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바이브컴퍼니에서 진행했다.

'그냥 하지 말라' 저자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순리대로 살자."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혼돈의 시기에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는 "우리가 선호하고 원하기 때문에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며 "각자의 욕망이 부딪치고 서로 만나 추동하며 생성되는 더 큰 욕망의 용광로가 곧 우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옆이 아닌 앞을 봐야 돼요. 미래를 이해하고 나면 준비하게 돼 있어요.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보고 생각하는 게 순리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시간이 걸려요. 남들이 뭘 해서 잘됐다고 '나도 해볼까' 이런 식으로 산업을 따라가면 언제나 후행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길게 바라봐야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인생 플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송 부사장은 "20여 년간 빅데이터를 모아보니 이전부터 관찰돼온 것들이 지금 나타나는 현상이더라"며 "미래를 본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만큼 준비를 했어야 되는데 왜 안 했을까'에 대한 자성이 나왔고, 인생의 의사결정은 더 숙고를 해야 된다는 의미에서 책 제목을 '그냥 하지 말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투자를 하나 하더라도 삶의 목표가 뚜렷하고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며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흐름을 읽다 보면 나중에는 깨달음까지 가죠. 이미 공감을 해도 그걸 구체화하는 작업들이 요구돼요. 명징한 증거를 보여주고 그걸 기반으로 미래를 이해하는 작업을 하죠. 우리가 사는 삶 속에서 각자의 느낌과 욕망이 원천이잖아요. 물건이 있기 때문에 그걸 소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그 물건을 찾는 거니까요. 그런 선호에 대한 것들을 좀 바로잡고 싶었어요."

숙고가 행동으로 쌓여 각자의 히스토리가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문자메시지, 자동차 운전 기록, 온라인상에 게재한 글·사진 등 엄청난 자료를 남긴다.

'그냥 하지 말라'의 부제는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개인의 행동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데이터로 남는다. 그로 인해 전체 협업 툴에서 개인의 기여도가 나오고 사회는 엄정함을 요구한다. 단계별 충실함이 만들어지고 더 나아가 제대로 평가받길 바라게 된다. 그것이 공정이다. 송 부사장은 "이제는 회사에서 '김 부장이 한 게 없네' "하며 "협동심이 빠지고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할 게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명이 오면 적응한 이들에겐 수혜가 따르고 예전 방식을 고수한 이들은 설 자리를 잃죠. 한국의 상위권 대기업들도 늘 위기였다고 하죠. 일정단계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면 더 큰 덩치의 기업과 싸워야 하고 경쟁은 훨씬 거세져요. 더 발전해온 기업과 경쟁해야 되니까 엄중함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요."

송 부사장은 대기업의 공개채용이 줄고 헤드헌팅을 통한 채용이 늘고 있는 이유도 분석했다. "옛날에는 '우리가 뽑아서 교육시키고 순환보직할 게' 이런 식이었죠. 이젠 전문성 있는 인재를 모셔오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그는 "전문직뿐 아니라 직장인도 대부분 본인의 프로필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도 없이 바뀔 거니까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돼요. 내가 뭔가를 열심히 해서 주도권을 잡으면 기회는 곧 따라와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야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아요.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면 더 많은 형태의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개개인이 다 재능이 있고 지혜를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재능 위에 지혜를 올려야 해요."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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