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년 무분규에도"..완성車 노조, 파업권 확보에 '추투' 전운

송승현 2022. 8.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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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체의 추투(秋鬪) 전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물량 생산 유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인플레 법이 통과로 노조가 양보하지 않는 이상 극한 대립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는 이제야 반도체 수급난에서 벗어나서 회복세에 있는 만큼 파업은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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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지난 19일 조합찬 찬반투표 통해 쟁의권 확보 초읽기
해외투자 철회 및 국내 투자 구체화 요구..사측 "불가능" 선 그어
美 인플레 법 통과로 국내 전기차 물량 배정 어려워진 상황
"노조가 포기하지 않는 한 이견 좁히기 어려워"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의 추투(秋鬪) 전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맏형 현대자동차(005380)와 쌍용자동차(003620)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무분규로 끝냈지만, 나머지 업체들의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속속 파업 준비를 하는 탓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 지부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미래 고용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사진=기아 노조)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지난 19일 유권자 약 2만 8200명 중 약 2만 4200명이 참여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9.4%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기아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 신청도 했다. 만일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다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당초 기아는 현대차 노사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하면서 무난한 합의가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11일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올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월 16만 5200원 인상, 호봉제도 개선과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채용 및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안정,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해당 요구안을 놓고 몇 차례 협상에 돌입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아 노조는 고용 안정을 위해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13조 투자, 국내 63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신 국내 계획, 무엇보다 전기차 생산 방안을 구체화 해달라는 이야기다. 사측은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임단협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완성차 업체 노조가 고용 안정을 이유로 전기차 물량을 배정해달라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신형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000달러 보조금 혜택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모델에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기아가 북미에서 판매 중인 EV6, 니로 EV 모델은 우리나라 공장에서 전량 수출하는 구조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당장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단체협약에 따라 해외에서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측은 전기차 해외 생산을, 노조는 국내 생산을 요구하는 대척점에 서 있다.

한국지엠 역시 전기차 생산 물량 배정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치열하다. 노조는 오는 11월 말 가동을 멈추는 부평2공장에 장기적으로 전기차 생산 시설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인플레 법이 통과한 상황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 전기차 물량을 배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기차 생산 관련한 사항을 양보하지 않는 이상 한국지엠 노사는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외에도 르노코리아자동차 역시 ‘다년 임단협 합의’에 대한 이견과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까지 겹쳤다.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물량 생산 유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인플레 법이 통과로 노조가 양보하지 않는 이상 극한 대립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는 이제야 반도체 수급난에서 벗어나서 회복세에 있는 만큼 파업은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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