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99> PGA투어 다이어리, 2주 연속 우승 토니 피나우] '긍정의 아이콘' 말하다.."무엇도 그냥 주어지는 건 없다"
토니 피나우(32)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미스터리였다. 키 193㎝, 체중 90㎏인 그는 NBA(미 프로농구) 선수 같은 몸매에서 골프공을 찢어 버리는 듯한 장타를 뿜어낸다. 벌크업으로 몸을 헐크처럼 만든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나란히 볼 스피드가 200마일 넘는 ‘200클럽’ 회원이다. 하지만 그에겐 ‘새가슴’이란 딱지가 붙어 있었다. 2016년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PGA투어 첫 우승을 하고는 5년 넘게 뒷심이 부족해 안타까운 ‘준우승 전문’에 머물렀다. 5년 5개월(1975일) 동안 142개 대회를 치르면서 준우승 8회, 톱10 39회에 그치다가 지난해 8월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요즘 그는 승리의 휘파람을 불고 있다. 7월 25일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 이어 8월 1일 3M 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피나우는 “무엇도 그냥 주어지는 건 없다. 노력해서 얻어내야만 한다”고 말하는 ‘노력과 긍정의 화신’이다.
통가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그의 아버지는 항공사에서 심야에 화물 운송 준비하는 일을 하며 7남매를 키웠다. 어려서부터 골프에 소질을 보인 피나우는 14세 때까지 차고에서 샷을 연습했다. 14세 때 어머니와 사흘간 차에서 자고 햄버거만 먹으면서 대회에 나선 적도 있다. 어머니는 사흘 내리 굶었다고 한다.
18세 때 여러 대학 골프팀으로부터 입학 제의를 받았으나,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로 전향했다. 7년 동안 그는 미니 투어를 전전하며 번번이 PGA투어 Q스쿨에서 탈락했고 2014-2015시즌 꿈에 그리던 1부 투어에 데뷔했다. PGA투어를 통해 피나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인터뷰는 그가 8월 15일 끝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공동 5위를 하기 전 2연승을 거둔 직후 이뤄졌다.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우승이 특별한 이유는 그 과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은 내가 이뤄낸 성과가 피부로 느껴지진 않는다. 아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되돌아보면 그때야 실감이 날 것 같다. PGA투어에는 정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우승은 더 특별한 것 같다. 어떤 대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우승을 위해 꾸준히 경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2주 연속으로 거둔 우승이 굉장히 만족스럽고, 나는 행복하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지.
“목표나 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사실 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내 목표를 설정하곤 한다. 그리고 디트로이트(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의 마지막 라운드 전날 밤, 그 노트를 꺼내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정한 목표 중 하나는 올 시즌 PGA투어에서 다승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를 페덱스컵 우승이라고 적었더라. 이번 연속 우승 덕에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스코티 셰플러와 샘 번스, 캐머런 스미스를 따라잡는 데 큰 어려움이 있긴 하겠지만,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의 점수 시스템을 보면 또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내가 그들과 경쟁할 이런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예전부터 자주 하던 말인 것 같은데, 나는 ‘한 주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라는 말을 믿는다. 실제로 내 인생을 한번 봐라. 백 투 백 챔피언이 된 지금,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이런 좋은 기운이 투어 챔피언십까지 쭉 이어지면 좋겠다.”
준우승으로 좌절하는 선수도 적지 않은데.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나는 참 안타깝게 우승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나 스스로 우승 기회를 만들었는데, 우승에는 가까워지질 못했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항상 그래 왔다. 마음속에는 언제나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내가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매주 나 자신을 넘기 위해서 도전했다. 아, 많은 것은 감정적인 부분이었다. 매주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며 어려움과 힘든 상황이 덮쳐오면 나는 자신을 그 상황과 직면하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2주 동안 2승을 거둔 것처럼, 그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면 우승하는 것이고 나 자신을 이겼다고 증명하는 것이 된다. 난 이런 방식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자랑스럽다. 사람들이 ‘승자는 도전하는 패자일 뿐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나. 나는 스스로 ‘토니, 너는 수도 없이 졌어. 하지만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너는 여기에서 결국 유일한 승자로 남을 수 있는 거야’라고 끊임없이 얘기한다.”
무엇이 달라진 건지.
“지난 몇 주간 나는 과거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내 게임은 더 정교해졌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 나는 이제 골프 대회에서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더 좋은 선수가 됐다. 이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해야 했다. 이것이 내가 배운 교훈이다.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삐끗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내는 방법이 더 쉽고 빠르다. 그러면 정말 믿기 어려운 좋은 일들이 일어나곤 하더라. 3M 오픈에서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실 스콧 피어시가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4타 선두로 앞서 있고 단 두 홀밖에 남지 않았었다.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지금도 골프 실력이 늘고 있나.
“지난 2주간 퍼트가 정말 잘 들어갔다. 필요한 순간 전부 성공했다, 이런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골프 선수로 활동하면서 내 골프 실력은 정말 급격하게 늘었다고 생각한다. 2020년에 디트로이트 골프 클럽에서 처음 공을 쳤는데, 사실 내 스타일과는 거리가 좀 멀고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느낌이 좋았다. 아마 골프장이 달라졌다기보단 내 실력이 지난 몇 해 사이에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나는 우리가 모두 선수로서 그리고 인간적으로 항상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골프 실력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승 비결이 따로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평소보다 공을 조금 더 멀리 치려고 했다. 왜냐하면, 더 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시도와 내 실력이 향상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큰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냥 조금 더 정교하게 경기하려고 노력했고, 내 쇼트게임이 조금 더 나아졌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퍼트도 마찬가지로 조금 더 나아졌다. 이 부분들은 내가 지난 몇 년간 정말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이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려고 한다. 항상 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 점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더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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