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원 불러도 사람 못구해"..식당들 눈물의 '브레이크 타임'

박나은 2022. 8.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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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알바 구인난 겹쳐
휴식시간 늘리는 식당 속출
알바시간 줄여 인건비 최소화
거리두기 해제후 손님 늘어도
풀타임 알바 구하기 어려워
시급올려 바쁜시간대만 고용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으로 인해 식당의 `브레이크 타임`이 늘어난 가운데 22일 서울 한 음식점이 영업 준비시간은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라는 안내판을 내걸었다. [김호영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 모씨(51)는 이달부터 오후 2시간이던 브레이크 타임을 3시간으로 늘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늘어난 손님들로 인해 매장이 바빠졌지만 아르바이트생을 쉽사리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할 사람이 부족한 이씨는 궁여지책으로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쉬는 시간을 늘리고 대신 필요한 시간대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시급을 올려주는 것을 선택했다.

이씨는 "대학가에 방학이 찾아오면서 사람이 구해질까 싶었지만 고깃집 일이 힘들다 보니 그렇지 않았다"며 "시급을 그냥 올리기에는 부담이 돼 브레이크 타임을 늘려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시급을 1000원 정도 올렸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 모씨(44)는 최근 브레이크 타임을 새로 도입했다. 기존에는 쉬는 시간이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손님이 없는 시간대인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는 홀 영업과 배달 주문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업하지 않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이 시간대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았다.

정씨는 "홀 영업은 학생 손님이 많아 하교 후 더 바쁘고, 배달도 이 시간대에는 거의 없어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은 시간대에 가게 운영을 잠시 중단하는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식자재비, 전기료 등 고정비용이 크게 상승하면서 식당들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급이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일부 자영업자들은 브레이크 타임을 늘려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시간을 최소화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도 택하고 있다. 정직원들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동시에 아르바이트생을 필요할 때만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는 '일석이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송파구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48)는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매출을 회복해야 하는 시기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며 "아르바이트생을 아예 구하지 않을 수도 없고 식재료값을 줄일 수도 없으니 매출이 거의 없는 시간대에 영업을 쉬고 직원들에게는 법정휴게시간을 보장해주면서 불필요한 인건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휴식시간을 늘리는 식당이 속출하자 오후 시간에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전화하는 손님들은 식당과 통화가 아예 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식재료값이 급등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구인난으로 인한 평균 시급 인상도 또 다른 원인이다. 22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등록된 구인 공고는 242만건으로 전년 동기에 올라온 143만건보다 40.2%가 늘어났지만 지원자는 총 1.3%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려는 사람보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려는 자영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사람을 구하기 위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곳이 많아지며 평균 시급이 오르는 추세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올해 1~6월 등록된 구인 공고의 평균 시급은 1만354원으로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 1194원 더 높다.

서용구 숙명여자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인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사람이 안 구해진다고 해서 시급을 무작정 더 올려줄 수 없다"며 "매출이 거의 안 나오는 시간대에 영업을 쉬며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MZ세대의 경우 휴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적정한 브레이크 타임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원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주는 복지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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