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온 벤치 클리어링, 잘 마무리됐지만..[스경X스토리]

김경학 기자 2022. 8. 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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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훈이 지난 2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전 3회 공에 맞은 뒤, 한화 주현상이 고의로 몸 맞는 공을 던진 것이라 심판에게 주장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 경기가 열린 지난 21일 부산 사직야구장. 롯데가 5-0으로 앞선 3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롯데 정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1, 한화 주현상의 세번째 투구가 정훈의 몸쪽으로 향했고 정훈의 왼쪽 팔꿈치 보호대에 맞았다.

정훈은 공에 맞은 뒤 마운드로 향했다. 주심이 정훈의 앞을 막아섰지만, 정훈은 주현상이 자신을 보고 고의로 던졌다는 손짓을 취하며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윽고 양팀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그라운드로 모두 뛰어나왔다.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이날 벤치 클리어링은 지난 4월23일 롯데와 삼성 경기 이후 나온 올 시즌 두 번째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야구에서 물리적 충돌이 없는 벤치 클리어링은 팀 분위기를 바꾸고, 팀원간 유대를 강화하는 장치로 여기지긴 하지만 어린 팬 등이 보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가급적 자제하는 게 KBO리그의 추세였다.

여기에 벤치 클리어링이 거의 사라지게 된 건 코로나19 탓이 컸다. 앞서 KBO는 지난 시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수의 신체 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벤치 클리어링을 금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화된 올 시즌은 KBO에서 벤치 클리어링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이날 벤치 클리어링은 특별한 물리적 충돌은 없이 약 4분간 이어졌다. 선수들이 서로 다독이며 정훈도 흥분을 가라앉힌 가운데 가장 흥분한 이는 다름 아닌 한화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였다. 로사도 코치는 롯데 쪽을 향해 소리쳤고, 한화 투수 5~6명이 흥분한 로사도 코치를 붙잡고 더그아웃으로 데려갔다.

한화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광경이었다. 로사도 코치를 포함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가 도입된 지난 시즌 이후 한화가 벤치 클리어링을 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벤치 클리어링 때 주로 선수들끼리 더 강하게 충돌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선수 보호 등을 위해 선수보다는 코칭스태프들이 더 격렬하게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한화 관계자는 “로사도 코치가 그렇게 흥분한 건 처음 봤다”며 “빈볼이 나올 상황이 전혀 아니었는데 롯데가 빈볼이라고 어필을 해서 흥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강한 충돌이나 롯데의 보복 없이 이날 벤치 클리어링은 잘 마무리됐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하루 수만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벤치 클리어링 당시 대부분의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내린 상태였다. 불가피하게 벤치 클리어링을 하더라도 선수나 팬들을 위해 마스크는 착용하는 게 ‘뉴노멀’ 벤치 클리어링이 아닐까 싶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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