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된 벤처 투자자..후속 투자하며 없던 리픽싱 조항 요구하기도

노자운 기자 2022. 8. 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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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재무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름이 잘 알려진 기업과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조차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커녕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VC가 스타트업에 후속 투자를 해주는 조건으로 기존 보유 지분의 가치를 조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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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주, 상환전환우선주·전환사채와 달리 리픽싱 불가
"대주주 지분 싸게 사오면 리픽싱에 준하는 효과 낼 수 있어"
바이오는 더 심각..거래소 핑계로 투자 미루기도

증시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재무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름이 잘 알려진 기업과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조차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커녕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며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슈퍼갑(甲)’이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은 스타트업들이 VC의 돈을 골라서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나,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 투자해 보유 중인 지분 가치를 조정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정책을 핑계로 투자를 차일피일 미루는 VC들도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VC가 스타트업에 후속 투자를 해주는 조건으로 기존 보유 지분의 가치를 조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FI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나 전환사채(CB)로 투자하는 경우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권한을 가진다.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한 조항이다.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면 RCPS나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확보할 수 있는 보통주가 늘어나게 돼, 결과적으로 투자 손실을 보전하는 효과를 얻는다.

반면 보통주로 투자한 경우에는 리픽싱이 불가능하나, 후속 투자 유치가 점점 어려워지자 일부 VC들이 추가로 투자해주는 조건으로 리픽싱에 준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A 기업에 시가총액 5000억원을 기준으로 100억원을 투자한 VC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올 들어 경기가 안 좋아지며 A사의 기업가치가 400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A사는 VC에 후속 투자를 요청했고, 이에 VC는 “투자해줄 테니 과거 기업가치 5000억원 기준으로 투자했던 지분을 4000억원 기준으로 투자한 것처럼 조정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경우 대주주는 물론 다른 투자사들의 보유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으나, 어떻게든 자금을 수혈 받아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 A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VC의 조건을 수용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한 VC 임원은 “보통주로 투자했다면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은 불가능하며, 그 대신 VC가 대주주의 보통주를 액면가로 대량 매수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고육지책으로 자기 지분을 매우 싼값에 VC에 넘긴다면, 해당 VC의 보유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나 리픽싱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다만 “이런 식의 조건 제시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VC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대주주 지분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향후 상장에 나설 때 경영권 안정성 문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6%에도 못 미치는 컬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오 벤처·스타트업들의 상황은 더 안 좋다. ‘투자 가뭄’에 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제약·바이오 담당 VC 심사역들은 “올해가 가기 전까지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투자사는 한국거래소의 핑계를 대며 투자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표준 기술평가모델’을 내놓기 전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표준 기술평가모델은 기술특례 상장시 전문 평가 기관들이 사용할 수 있는 표준 모델로, 평가 기관마다 천차만별인 기준을 표준화해 심사를 객관화하겠다는 취지로 거래소에서 마련 중이다. 이달 31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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