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슈퍼 달러'..연준은 강한 긴축, 유럽·중국은 침체 초입
원·달러 환율이 22일 13년 4개월만에 장중 1340원선까지 높아진 것은 원화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달러화가 독보적으로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강한 긴축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는 유로·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 등이 달러 강세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에 비해 경제 체력이 떨어지는 비 달러 지역의 통화 약세 압력이 달러화 가치를 크게 밀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50원선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달러화지수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108.16을 기록해 지난달 14일 기록했던 전고점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화지수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들 통화와 비교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지난주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이후 연준의 ‘매파(긴축 선호)’ 기조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인된 영향이 컸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확인하고 연준이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여전히 강한 긴축 의지가 확인되면서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연준 내 대표적인 대표적인 매파로 불리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시장은 오는 25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또다시 긴축 의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트웨스트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케빈 큐민스는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파월 의장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강경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유로화·위안화 약세 및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유로존 내 가장 큰 경제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의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7.2% 급등해 1949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소비 경기는 물론 독일 제조업 경기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독일 제조업마저 흔들린다면 독일은 물론 유로 경제의 경기침체는 물론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약해지면서 위안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제 충격, 부동산 시장 침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의구심 등이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이날 오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0%에서 3.6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매수 심리가 확대됐고, 위안화에 동조해 원화도 약세도 약세 탄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가 단기적으로 1350원대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서 연구위원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높은 상태에서 1350원대까지는 일단 열어놓고 봐야될 것”이라며 “매달 초 발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CPI)과 연준의 정책 기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비슷한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도 “유로존이 경기 침체 초입에 접어들고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도 떨어질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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