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스트라이커도, 베테랑 골잡이도 없지만..수원 삼성에서 골이 터진다

이두리 기자 2022. 8. 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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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오현규(가운데)가 지난 2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8월, 4경기 동안 10골을 터뜨렸다. ‘빈공의 대명사’인 수원 삼성에는 기적적인 기록이다. 이번 시즌 27경기 통산 득점이 25점으로, K리그1에서 최하위 성남FC와 득점 공동 꼴찌를 기록 중인 수원 삼성은 총 득점의 40%를 지난 4경기에서 쌓았다. 드디어 골이 터지고 있다.

수원은 지난 2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오현규의 동점골과 류승우의 결승골을 묶어 2-1로 이겼다. 지난 14일 성남FC에 4-1로 다득점 승리한 데 이은 2연승이다. 수원의 2연승은 지난 5월 성남과 김천 상무전 승리 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위권의 대구FC와 김천, 성남이 부진한 틈을 타 승점을 따낸 수원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9위까지 올라갔다.

수원은 8월 들어 네 경기 연속 2골 이상씩을 터트리고 있다. 매번 골문 앞까지 돌파하고도 골 마무리가 되지 않아 빈공이 많았던 수원이다. 8월 이전 마지막으로 2골 이상을 넣은 경기가 지난 5월 13라운드 김천전(2-1 승리)이었기에, 각성한 듯한 득점력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수원은 볼 점유율에서 비등하거나 앞서면서도 골을 넣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슈팅 개수도 상대팀에 뒤지지 않았지만 ‘한 골’이 안 들어갔다.

지난 20일 제주전에서 수원의 볼 점유율은 29%, 슈팅은 13개(제주는 16개)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 시작 16분 만에 제주 진성욱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수원은 빠른 템포로 흐름을 바꿔 나갔다. 5분 만에 오현규가 골키퍼를 맞고 나온 세컨볼을 다시 머리로 밀어 넣는 집중력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낸 데 이어 10분 뒤에는 류승우가 박스 안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빈틈을 공략해 역전골을 터트렸다. 이날 경기에서 수원은 점유율보다 정확한 마무리, 그리고 빠른 전방 압박으로 무장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수원에는 최전방을 책임지는 뚜렷한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없다. 지난 1월 영입한 덴마크 출신 스트라이커 그로닝은 득점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현재 사실상 전력 제외 상태다. 불투이스는 센터백이며, 미드필더 사리치 역시 득점에 최적화된 선수는 아니다. 최전방과 2선을 오가는 아시아쿼터 선수 마나부가 공격 루트를 열어 주고 있지만, ‘매탄 유스’ 출신의 젊은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수원은 득점 전력이 타 구단에 비해 얇을 수밖에 없다.

오현규, 전진우 등의 ‘매탄소년단’ 선수들이 뒤늦게 득점력을 끌어올리고, 이번 시즌 새로 영입된 류승우, 안병준이 득점에 가세하면서 수원에도 드디어 골이 터지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수원은 K리그1 득점 20위 안에 오른 선수가 없는 유일한 구단이었다. 그러나 오현규와 전진우가 8월에 3골씩을 터트리면서 각각 18위와 20위에 안착했다.

강등 위기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순위 반등에 성공한 수원은 이제 최하위 3팀과의 승점차를 벌리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다음 경기는 수원의 바로 위에 있는 8위 강원FC(승점 33점)와의 맞대결이다. 수원이 승점 3점, 골득실차 3골 열세다. 강등권에서 확실히 달아나기 위해서 수원은 다음 경기에서도 골 폭죽을 터트려야 한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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