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한중관계 비전 뭔가.. '사드 보복 2탄' 걱정된다"

조영빈 입력 2022. 8. 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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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30년 <1>
[중국이 보는 윤석열 정부의 중국 정책]
구체적 비전 없이 文정권 정책 부정만
"한중 마찰 기정사실화해" 우려의 시선도
반한 감정 걱정에 '메이드 인 코리아' 숨기기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AD·사드) 배치로 중국 내 반한감정이 치솟았던 2017년 당시 허난성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열린 반한시위에서 시위대가 중장비를 동원해 한국 기업의 소주를 짓뭉개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웨이보 캡처)

"5년 전 '사드 보복' 당시로 한 걸음씩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제조업 사업체를 운영하는 교민 A씨의 말이다. A씨는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한중관계가 어려워질 것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면서도 "정권 초기부터 이렇게 걱정하게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의 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에선 한중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이처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정상화와 미국이 이끄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펩4) 동맹' 참여 등 양국관계에 치명타를 안길 '외교적 지뢰'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한중관계에 대한 구체적 비전은 제시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것이 중국 외교가의 대체적 기류다.


"보수 정권 특성 감안해도 중국 정책 부재 심각"

리춘푸 난카이대 아시아연구센터 부주임은 21일 한국일보에 "레토릭(외교적 수사)만 있고 실체와 내용이 없는 게 윤석열 정부 대중국 정책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중 수교의 물꼬는 노태우 정부가,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 격상은 이명박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상 첫 한국 방문은 박근혜 정부가 각각 성사시켰다"며 "역대 보수 성향 정권들이 시도해온 한중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이 현 정부에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한국 보수 정권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윤석열 정권의 '한중관계 정책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라고도 했다.

한중관계의 구체적 방향성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상호 존중'이 한중관계의 기본적인 원칙이자 기조"라는 원칙적 답변이 전부였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상호 존중이라는 말에 과연 한중관계 개선 의지가 충분히 담겨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상호 존중은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외교가 '굴욕 외교'였다는 정치적 판단을 반영한 표현으로 해석된다"며 "전 정권의 외교 성과를 부정하기만 할 뿐 윤석열 정부만의 한중관계 비전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 보수층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한중관계에 대해 발전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린제 산둥대 중·일·한 협력연구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보수층의 지지로 대선에서 승리해서인지 상대적으로 중국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며 "한국 내 반중 정서에도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반중 정서가 상대적으로 강한 2030세대 핵심 지지층을 붙잡아 주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외교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중국 비중을 깎아 먹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드 보복 사태 목격하고도 방비는 왜 하지 않나"

한국 정부가 한중 간 마찰을 상수로 설정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한미 동맹 복원을 앞세운 한국 정권 입장에선 사드 기지 정상화와 칩4 동맹 가입은 절대 양보하기 어려운 이슈"라며 "중국의 반발과 경제 보복을 감수하더라도 한미 동맹을 우선시하겠다는 기조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누려온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중국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행동을 한다면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한덕수 국무총리) 등 한중 간 무역 분쟁을 촉발할 수 있는 발언을 정부 핵심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과 교민 사회의 우려와 불만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에서 20년 넘게 유통업을 하고 있는 한인 사업가는 "중국이 반발하니 사드를 배치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면 중국의 반발을 상쇄할 반대급부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 당시 중국이 그만한 경제 보복을 해올 것이라고는 당시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미 사드 보복을 목격하고도 이에 대한 방비는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숨기고 중국에서 영업하는 한국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요식업계에선 '한국 요리' 간판과 조선족 음식을 뜻하는 '동북 요리' 간판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베이징의 한 교민은 "최근 뉴스에 사드 이슈가 다시 빈번하게 오르내리자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또 한번 치솟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실존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 보복의 칼은 중국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문일현 교수는 "중국이 최근 사드 정상화에 제동을 거는 압박을 가하는 것은 한미 동맹 균열을 노린 전략적 움직임이지, 아직은 보복을 상정한 압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략물자 수급을 조절하는 식의 경제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뉴린제 소장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했다고 판단되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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