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산 안 써" 돌변하자, 韓 매달 1조 적자..'차이나 붐' 끝?

세종=안재용 기자, 민동훈 기자 2022. 8.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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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차이나드림(上)

[편집자주] 8월24일 수교 30주년를 맞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생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수출을 떠받치던 중국 시장이 한국산에 등을 돌리면서 대중국 무역수지가 사상 첫 4개월 연속 적자 위기에 몰렸다. 칩4,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 중국 견제 성격의 경제협력체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한중 관계에 부담이다. 또 다른 30년을 위한 새로운 한중 경제협력 모델을 찾아본다.

중국과 장사해 매달 1조원씩 적자보는 韓..."완성품을 팔아라"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2.8.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중국 무역수지가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 유력시된다. 일각에선 수출에 있어 '차이나 붐(호황)'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중국이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데 따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구조를 소비재·최종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석달 동안 28억88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했다. 월별로는 △5월 10억9900만달러 적자 △6월 12억1400만달러 적자 △7월 5억7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매달 1조원 가까이 적자를 본 셈이다.

8월 1~10일 대중 무역수지도 8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며 이달까지도 적자 행진이 유력시된다. 8월까지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라면 한국은 수교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최근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주된 이유는 중국의 코로나19(COVID-19) 봉쇄정책에 따른 수요 둔화다. 봉쇄가 집중됐던 지난 2분기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전기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4.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중국산 원자재 가격이 크게 급등한 것도 영향을 줬다. 이차전지 생산을 위한 핵심 원자재인 리튬이 대표적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해 19일 1kg(킬로그램) 당 100위안에서 지난 18일 464.5위안으로 4배 넘게 올랐다. 게다가 한국의 전기차 수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상반기 대중국 수산화리튬 수입물량은 전년동기대비 22.7% 증가했다. 해당기간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단가는 311% 상승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쌍순환'으로 대표되는 중국 정부의 내수강화 정책이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자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도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가 중국에 중간재를 보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가 작동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제조용장비 국산화율은 지난해말 21%에서 올해 상반기 32%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대중국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51.9% 감소했다. 한국산 장비를 중국이 자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 30년간 유지되던 '한국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세계에 판다'는 양국간 무역구조가 깨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미국 주도의 공급망 동맹 참여가 향후 대중국 수출에 악영향이 줄 우려도 있다. 미국은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등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이들 협의체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이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출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6월2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현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중국의 대안인 시장이 필요하고 다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경시하는 건 아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와 중국의 경제 사령탑 격인 허리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주임간 회담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양국 통상장관간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 겸 만찬을 열고 사드, 공급망 협력,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한중관계 강화 모색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중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중국에서도 (관계개선을) 하려고 할 것"이라며 "한한령 문제 등도 조심스럽게 얘기해 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품 등 중간재 대신 최종 소비재 중심으로 대중 무역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국이 경제성장 전략을 수출주도에서 내수주도로 전환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 성장할 중국의 내수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등 중간재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소비재로의 집중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또 최종 소비재의 경우 첨단산업 육성을 놓고 진행되는 미중 패권경쟁의 중심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이나 EU(유럽연합)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소비되는 최종재에서 경쟁력을 유지했으나 우리는 그게 약한 고리였다"며 "정부가 최종 소비재 수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의 핵심은 반도체, 이차전지, 의약품 등 하이테크이고 일반 제품은 오히려 (미국과 중국간) 무역량이 늘어났다"며 "미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IPEF나 칩4에는 참여를 하되 (한국이) 중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는 것은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대중국 무역수지 개선 등을 위해 이달 말 종합수출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활용 강화, 무역금융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중 FTA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것이냐, 중간재 생산 차원에서의 협력구조에서 최종 소비재 쪽으로 어떻게 무역협력 구조를 확대 발전시켜 나갈것이냐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더 이상 기회의 땅 아냐"...中서 발 빼는 韓 기업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인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공장을 찾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에 고용된 임직원은 총 1만7820명이다. 2016년말 3만7070명과 비교하면 5년새 반토막(51.9%) 감소했다. 중국에 남아있는 삼성전자 생산기지는 쑤저우 가전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 시안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전부다. 이마저도 미국과 중국간 패권다툼이 한층 가열되면서 우리기업들이 추가적인 대중국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간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수출액의 25%(1629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무턱대고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92년 우리나라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양국은 서로에게 최고의 경제협력 파트너였지만, 최근 국제정세와 양국관계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이후로 국내기업에 대한 차별이 거세졌고, 중국 자체적으로도 높은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국을 저임금 생산기지로 활용하던 우리기업들의 대중 진출 전략은 이미 효용을 다한 만큼 새로운 국제질서 흐름에 맞춰 정부와 기업의 대중국 전략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예측 불가능한 방역 정책과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 가운데 다수의 기업들이 사업중단이나 철수 등 '탈중국'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인건비, 구매력 높은 시장 등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여겨질 만큼 경쟁력이 높았지만 지금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증가 등으로 우리기업이 투자를 늘려가거나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6월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177개 우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5.3(98개사)%의 기업들이 사업 축소·중단·철수·이전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존 사업계획 유지는 35.9%(63개사), 사업 확대는 7.3%(13개사) 였다.

이미 롯데, 신세계 등 유통기업의 경우 중국의 사드보복 사태로 큰 피해를 보면서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한때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을 찾던 아모레퍼시픽 등 패션뷰티 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에는 중국 선전 통신장비 공장, 12월에는 톈진 스마트폰 공장의 문을 닫았고 2019년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듬해 7월엔 쑤저우 PC(개인용컴퓨터) 생산 설비도 철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중국 업체에 LCD 공장을 넘겼고 삼성SDI도 지난해 중국내 배터리 팩 공장 2곳의 문을 닫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제조사 리샹에 매각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중국 저장성 닝보시 현지법인을 폐쇄했다. SK그룹의 중국 지주사인 SK차이나는 지난해 8월 중국 SK렌터카 지분 100%를 중국 도요타에 500억원에 매각하면서 중국사업에서 발을 뺐다. LG전자는 2020년 중국 톈진, 쿤산, 선양 3곳의 사업장을 철수했다.

최근엔 미국 정부가 중국을 노골적으로 경제적인 압박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미국은 대놓고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칩4(주요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최근엔 '반도체칩과 과학법(일명 반도체지원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인플레이션 감축법(IPA) 등까지 제정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대중국 신규투자를 사실상 막았다.

당장 우리기업도 피해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은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신규 반도체 장비의 도입이 불가능해졌다.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자동차 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업계의 경우 현재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망간, 코발트 등 중국산 원재료 비중을 낮추지 못하면 미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는 결국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5%, 수입액의 23%가 중국과 이뤄졌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80%를 넘는다. 무조건적인 '탈중국'이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차원에서 적정수준의 외교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정책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의 요구다.

유환익 전경련 상무는 "굳이 미국의 압박이 아니더라도 중국도 경제적 수준이 상당히 올라갔고 첨단제품의 경쟁력도 갖추는 등 더이상 저렴한 생산기지로만 바라보고 진출할 시기는 지난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입장에선 이미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데다, 여전히 한중 교역비중이 높고 공급망 생태계도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국제환경 변화에 맞춰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기업의 대중전략을 세밀하게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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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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