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바이든의 조급증
바이든 '제로 인플레이션' 발언 논란
경제 침체·중간 선거 위기감 반증
尹정부, 경제문제 인식은 하고 있나
지난 16일 오전 방문한 백악관은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공식 만찬장인 스테이트다이닝룸에 방송 장비가 설치되고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여름 휴가 기간, 한산하던 백악관이 숨 가쁘게 돌아갔다.
소비자물가상승률 결과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은 경제 문제에 대한 조급증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미국 노동부가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발표한 지난 10일 바이든 대통령은 “7월에 우리 경제가 0%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제로(0)”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에 어떤 물건의 가격은 올랐지만 다른 물건의 가격은 같은 금액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0%가 됐다”면서 “나의 경제 계획이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덧붙였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하루아침에 0%가 됐을 리 만무하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을 기록했다. 전월인 6월 9.1%보다 상승폭이 크게 감소하면서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제로 인플레이션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어떻게 나왔을까. ‘전월 대비’, 그러니까 6월 대비 7월의 물가상승률이 0%를 기록한 점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세가 꺾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0%를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전월 대비’라는 언급 역시 하지 않았고, 0% ‘증가’라는 설명 없이 0% 또는 인플레이션 제로라고만 표현하면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트위터에 ‘7월 인플레이션이 0%’라는 똑같은 글을 게시하자 경제전문가와 언론인 등이 거짓말이라는 비판 댓글을 쏟아냈다.
한 칼럼니스트는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에서 “3쿼터까지 42대0으로 지고 있던 팀이 4쿼터에 두 팀 모두 득점을 못하고 42대0으로 경기가 끝나자 4쿼터 결과만 놓고 비겼다고 우기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백악관에서 나온 터무니없는 개소리(BS·bullshit)”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0%인 것은 사실이고,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없는 달”이라고 썼다. 바이든 행정부가 고용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바닥을 치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반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 침체에 대한 위기감도 읽힌다.
통계 해석을 두고 전월 대비냐, 전년 동월 대비냐 하는 논란은 한국에서도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단골 소재다. 선거를 앞두고 성과 홍보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도 닮았다. 다만 윤석열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처럼 경제 문제에 조급증을 내고 있는지는 물음표가 남는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슴피 목욕, 얼음물 입수… ‘71세’ 푸틴, 영생 꿈꾼다
- “못생겼다” 말 듣고 차인 여성…한국서 180도 변신 후 인생도 180도 바뀌어
- 20대 여성들 대구서 1년반 동안 감금 성매매 당해…주범은 20대 여성
- 일본 여친 만드는 방법은 ‘데이트 앱’?…日신혼부부 앱으로 만나 결혼
- 16살 어린女와 바람난 남편…분노한 아내, 개인정보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고소당해
- 아내 몰래 유흥업소 다니던 남편…결국 아내와 태어난 아기까지 성병 걸려
- “용변 급해 내렸는데 고속버스가 떠났어요”…수상쩍은 10대男 ‘블루투스’에 덜미
- “발 냄새 맡자” 전자발찌 찬 40대 여성 성폭행 하려다 또 징역형
- 누가 잘못?…범죄로 교도소 간 아내 vs 위로한 女동료와 사랑에 빠진 남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