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버스 기사 이인범씨 "이기면 전날과 같은 길, 지면 다른 길로..운행 패턴도 다르게 하죠"
버스 안 분위기도 10구단 중 최고
고참급 선수들 늘 “파이팅” 주문
야구단 버스만 10년 담당 ‘베테랑’
늘 내 몸의 일부란 마음으로 운전
올 시즌 프로야구 SSG의 성적은 역대급이다. 개막 이후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고, 104경기 만에 시즌 70승 고지에 올랐다. 105경기 전 70승을 달성한 건 2000시즌 현대(103경기 만에 달성) 이후 처음이다.
더그아웃 못지않게 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선수들이 타는 버스다.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SSG 선수단 버스 분위기는 어떨까.
선수단 버스 운전을 담당하는 SSG 경영지원팀 파트너 이인범씨(58)는 21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팀 분위기는 10개 구단 중 최고라 자부한다”며 “경기에서 승리한 뒤 숙소로 향하는 버스 분위기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올 시즌 ‘최강’팀 SSG라도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 지고 숙소로 향하는 버스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씨는 “졌을 때는 약간은 엄숙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고참급’ 선수가 나서 아쉬웠던 순간들을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위해 파이팅할 수 있도록 주문하고 서로 격려하는 등 역시 1위 팀다운 분위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대형버스 운전 경력만 21년 차인 ‘베테랑’ 기사다. SK, 고양원더스, 경찰청 등 야구단 버스 운전 경력만 10년가량 된다. 자연스럽게 선수 못지않은 루틴이 생겼다. 전날 경기 결과에 따라 숙소에서 야구장으로 이동할 때 이동 경로나 운행 패턴을 조금씩 바꾼다. 이씨는 “승리한 다음날은 전날과 같은 노선으로 운행 패턴도 같게 하고, 반대로 패한 다음날은 전날과 노선도 운행 패턴도 다르게 한다”고 했다.
SSG 선수단 전체 몸값은 약 150억원으로 KBO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선수단 버스는 3대. 산술적으로 한 버스당 50억원에 달하는 선수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게 이씨의 역할이다. 이씨에겐 책임감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가치다. 단순히 몸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선수들은 야구팬뿐 아니라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 삶의 활력을 주는 우리 사회 소중한 일원이기에 부담감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내 몸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운전에 임하고 있다.”
늘 함께하는 SSG 야구지만, 경기 중에는 버스에서 TV로 보거나 야구장에서 직접 응원하는 열성팬이기도 하다. 그는 “인천 야구팬으로 프로야구 출범 이후 40년 동안 삼미부터 청보·태평양·현대·SK·SSG까지 응원하고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좋아하는 팀의 구성원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선수들을 가까이 보기 위해 버스 주변에는 항상 팬들이 이른 시각, 혹은 늦은 시각까지 있다. 자연스럽게 팬들과 자주 마주하는 이씨는 “많은 팬께서 원정 숙소, 버스 주변을 찾아오셔서 응원과 함께 파이팅을 외쳐주실 때마다 야구단 일원으로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탓에 선수와 팬들이 만날 기회가 줄어든 점을 안타까워한 이씨는 “이 시기만 잘 지나면 선수들과 팬 여러분이 함께하는 진정한 ‘원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팬들께 항상 사랑받는 SSG가 될 수 있게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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