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없었다면 어머니와 학사모 쓴 모습 즐겼을 텐데"
러시아 점령 지역에 어머니 거주
"초대 못해 아쉬워..석사도 도전"
“학위수여식에 어머니가 오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요.”
지난 19일 열린 울산대 제49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위증을 받아든 우크라이나 출신 체르노바 카테리나(34)의 표정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타국 생활의 어려움을 딛고 대학 졸업의 영광을 안았지만, 우크라이나에 갇힌 어머니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멜리토폴에 살고 있어 카테리나와의 연락두절이 잦다. 카테리나는 “우크라이나 학위수여식에는 학위복과 학사모를 착용하는 문화가 없다”면서 “전쟁이 나지 않았다면 어머니를 한국으로 초청해 학위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카테리나는 국어국문학부 한국어문학 전공으로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학점이 4.5점 만점에 4.44점으로 전체 졸업생 중 3등을 할 정도로 학업성적이 우수했다. 카테리나는 “기초 한국어 과정을 마치고 한자를 배우는 과정부터 많이 어려웠다”면서 “교수님들도 열정적으로 도와주셔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위생기관에서 일하다 한국 유학을 결심하고 2014년 한국에 왔다.
평소 한국어와 한국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인과 결혼해 울산에 살고 있던 고향 언니의 권유도 있었다. 그는 이후 4년여 동안 한국어교육센터에 다니면서 한국어 실력을 키운 뒤 2018년 울산대에 입학했다.
카테리나는 대학 생활 중 한국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인정’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는 “고국에서 전쟁이 터진 뒤 한국인들이 보여준 위로와 격려 덕분에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고, 울산대가 지원한 장학금으로 학비 마련의 걱정도 덜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취업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어머니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목표다. 카테리나는 “한국어 전공 석사과정에도 도전해 더 깊이 있는 한국어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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