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제도 “中화웨이 이통망 구축”... 기지국 세우던 호주 뒤통수 쳤다
중국이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 900억원에 가까운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영연방 소속인 솔로몬제도는 전통적으로 호주 영향권에 속했지만, 지난 4월 중국과 안보 협정을 맺고 중국과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솔로몬제도 정부는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와 이동통신 기지국 161곳을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건설비 4억4890만위안(약 877억원)은 중국수출입은행이 20년간 연리 1%에 빌려주기로 했다. 매키니 텐타나 솔로몬제도 재무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기지국 건설은 3년간 이뤄지며, 내년 11월 솔로몬제도에서 열리는 태평양 도서 국가 스포츠 경기인 ‘퍼시픽게임’ 이전에 절반 이상 완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화웨이의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 참여는 전통적으로 솔로몬제도에 대해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호주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8년 화웨이가 솔로몬제도 해저 통신선 건설 사업을 수주했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호주가 차관 제공을 약속하며 계획을 무산시켰다. 호주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자국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호주 외교통상부는 “개발 사업은 솔로몬제도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지속 불가능한 부채 부담을 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퍼거스 헨슨 호주전략정책연구소 국장은 FT에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지난달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에게 최우선적인 파트너가 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이번 계약은) 면전에서 앨버니지 총리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했다. 호주는 솔로몬제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3개 지역에서 통신 기지국 6곳을 건설 중이다.
솔로몬제도는 2019년 친중 성향인 소가바레 총리 주도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었다. 지난 4월 미국·호주 등의 반대에도 중국과 경찰 교육, 치안 유지 협력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소가바레 총리가 내년 총선 연기까지 거론하며 개최하려는 퍼시픽게임 경기장 7곳도 중국 정부가 5000만달러(약 668억원) 이상을 제공해, 지난해부터 중국 국영기업이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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