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파동' 접점 찾나

이호준 기자 2022. 8. 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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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협회, '낙농제도 개편안' 정부에 대화 요청
농식품부 대화 중단 한 달 만에
‘원유 차등가격제’ 담은 개편안
협회, 적극적 검토 의지 내비쳐
양측, 골 깊은 불신…낙관 일러

낙농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협회)가 정부의 개편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대화를 공식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신뢰 훼손을 이유로 대화 중단을 공식화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낙농제도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농식품부와 낙농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18일 낙농제도 개편과 관련해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낙농협회가 전달한 공문에는 정부의 새 낙농제도 개편안에 대해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원유 가격결정 구조를 현행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바꾸는 내용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추진해왔다.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낮게 매기자는 게 골자로, 낙농업계에서는 농가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1년 가까이 맞서왔다.

현행 생산비 원유가격 연동제는 생산비가 오르는 만큼 원유값도 자동적으로 인상하는 제도다. 원유기본가격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산비 증감액이 ±4% 이상이면 같은 해, 미만이면 2년마다 생산비 증감액을 반영해 조정된다.

우유값은 1999년까지는 정부 고시에 의해 정해졌다. 이후 한동안은 우유업체와 낙농업계의 협상을 통해 정해졌다. 하지만 양측의 협상이 순탄치 않게 진행되며 우유값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됐고, 2011년 구제역으로 젖소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본격적으로 생산비 연동제가 도입됐다.

매년 일정 물량을 생산비에 연동해 매입하고, 우유업체에는 비싼 원유구매 가격의 일부를 지원하는 현행 낙농제도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낙농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음용유 양이 줄면서 불거졌다. 우유회사가 사야 하는 원유의 총량과 가격은 정해져있는데, 그 가격에 모두 내다팔 시장이 없어진 것이다. 현재 원유는 정해진 쿼터에 따라 생산되고, 결정된 원유 총량은 소비규모와 관계없이 정해진 가격으로 모두 우유업체에 납품된다.

하지만 최근 낙농가의 원유 생산량이 200만t을 웃돌고 있는 반면, 국내 음용유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75만t에 그친다. 우유업계가 필요없는 음용유를 비싼 값에 매입해 우유값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낙농가들은 사료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원유 수취가격(기본가격+원유품질에 따른 인센티브)이 25원 오른 반면, 우유 소매가격은 이보다 10배나 더 많은 260원이 올랐다며 우유값 인상 배경으로 생산비 연동제를 지목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새 낙농제도 개편안은 음용유는 현재처럼 ℓ당 1100원 선에 매입하되, 가공유는 이보다 싼 ℓ당 840원 정도에 매입하고, 쿼터를 넘는 원유는 ℓ당 100원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낙농업계의 소득감소 우려와 관련해서 정부는 제도 개편 이후에도 음용유 쿼터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낙농가의 소득이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며 설득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낙농업계는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음용유 쿼터를 축소해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화 재개 가능성은 열렸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장기간의 대치 과정에서 정부와 낙농업계 모두 상대방에 대한 상당한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 낙농제도 개편안에 대한 검토를 포함한 의견이 접수된 것은 맞다”면서도 “후속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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