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중요해지는 '자원 안보'..신무기로 떠오른 '제련 기술'[탄소중립 시대, 광물자원의 포효]
제련은 ‘열이나 화학적·전기적 방법을 통해 광석에서 금속 등의 원소를 추출하는 방법’으로 정의된다.
광산에서 채굴된 광석이 선광 공정을 거치면 유용한 광물이 농축된 정광을 얻게 된다. 이때 목적 금속 원소를 추출한 뒤 정제 과정을 통해 원하는 순도의 화합물 또는 금속으로 회수하는 과정을 제련이라고 부른다.
리튬광과 니켈·코발트광은 바로 이러한 제련 공정을 거쳐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 황산니켈 그리고 황산코발트 등으로 재탄생한다.
제련은 고온에서 열을 이용하는 ‘건식 제련’과 저온에서 산·염기성 용액을 이용한 ‘습식 제련’으로 나뉜다. 건식 제련은 주로 철과 같은 대규모 생산에 사용되는 반면, 99.9% 이상의 고순도 원료가 필요한 리튬과 니켈 화합물 등은 습식 제련으로 생산된다.
제련은 채광과 선광 같은 광산업과는 달리 특정 자원이 없는 곳에서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코발트의 경우 콩고민주공화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 대부분은 중국에서 제련되고 있다. 암석에 존재하는 ‘경암(hard rock) 리튬’ 역시 50% 이상이 호주에서 생산되지만, 대부분은 중국의 제련 공장에서 처리된다.
즉, 핵심 광물의 생산지는 다르더라도 쓸 만한 원료의 제련은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많은 나라들이 리튬·코발트의 원료 화합물 수급을 원광을 보유한 호주나 콩고가 아닌 중국에 의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련 기술의 중요성은 배터리 분야의 공급망을 넘어 희토류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사실 중국의 희토류 광물 생산 비중은 60%로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 그런데도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이렇게 쓸 만한 광물자원의 제련 분야를 중국이 독점하면서 이제 세계 2위의 희토류광 생산국가인 미국조차도 수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자원의 자급자족이 어렵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 필요한 배터리 등 원자재 공급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자연히 광물자원의 공급망 다변화가 화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광물자원에 안보 개념을 더해 제련을 통한 원료 분야까지 확장한 공급망 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핵심 광물의 제련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국은 구리와 아연 분야의 제련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를 갖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계에서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지난 30여년간 리튬, 니켈, 코발트와 희토류 등을 대상으로 한 제련 기술 개발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자원 안보 확보를 위한 행동에 시동을 걸고 있으며 민간 기업들 역시 인도네시아와 호주 등 자원부국에 진출해 광물과 원료, 소재에서 제품까지 전 주기적 공급망 체계 구축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조금씩 쌓아온 우리의 제련 기술 역량이 국내 기업들의 자원 시장 진출에 힘을 실어 주고, 더 나아가 실질적인 자원 안보 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는 ‘신무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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