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늘어나고 좁은 곳도 슉슉..'수술 혁명' 온다
자율 운행 기술까지 개발 '속도'
캐나다 연구진이 가느다란 실뱀처럼 생긴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이 있는 부위를 주변 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수술하거나 고장 난 정밀기계 속 부품을 다른 부속을 뜯어내지 않고도 손쉽게 수리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주 과학기술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은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이 실뱀을 연상하게 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도 해저에서 파이프라인을 고정하거나 모래와 흙을 파헤치는 뱀 형태의 로봇은 존재한다.
하지만 토론토대 연구진의 로봇은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뱀 형태의 로봇보다 가늘다. 연구진이 고안한 뱀 로봇은 지름이 0.7㎝이다. 길이는 최대 7㎝인데, 용수철처럼 자유자재로 총길이를 조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로봇이 외과 수술 방식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수술은 병이 생긴 조직에 닿기 위해 딱딱한 수술 도구를 의사의 손 움직임에 의존해 몸속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멀쩡한 조직에 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작은 손상으로도 큰 문제를 초래하는 뇌 수술에선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 더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실뱀 로봇을 활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연구진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을 통해 “이전에는 수술할 수 없었던 특정 부위의 뇌종양이 갑자기 수술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실뱀 로봇을 몸속에 투입하면 미끄러지는 것처럼 체내 여기저기를 빠르게 움직여 주변 조직의 손상 없이 병변에 정확히 다가간 뒤 의료적인 처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암 조직을 떼어내거나 공격하는 게 가능하다.
실뱀 로봇은 의료 현장 바깥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제트엔진 같은 정밀기계의 정비에 이 로봇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계 깊숙이 들어가 있는 특정 부품의 이상 유무를 간단히 살필 수 있고, 고장난 부품을 수리하기 위해 주변 다른 부속을 전부 들어내는 수고를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는 이 실뱀 로봇을 사람이 원격조종하는 것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실뱀 스스로 ‘자율운행’할 수 있도록 기술 수준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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