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다 링에 선 우크라 복싱영웅, 타이틀도 지켰다
"링에서 싸워라" 국민 성원에 복귀
재단 설립해 의료장비·음식 지원
대전료 1029억원 일부도 쓸 예정
20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해안 도시 제다에서 대전료만 2000억원이 넘는 프로복싱 헤비급 타이틀 매치가 펼쳐졌다. 통합 챔피언 올렉산드르 우시크(35·우크라이나)와 최고 인기 스타 앤서니 조슈아(33·영국)가 1년여 만에 다시 맞붙었다.
2012 런던올림픽 헤비급과 수퍼헤비급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낸 우시크와 조슈아는 ‘프로 복싱의 꽃’이라 불리는 헤비급을 대표하는 복서들이다. 뉴욕타임스는 “두 선수가 각각 대전료로 7700만달러(약 1029억원)를 받았다”고 전했다.
작년 9월 첫 맞대결에선 우시크가 이겼다. 당시 한 체급을 올려 헤비급으로 나온 터라 열세가 점쳐졌지만, 우시크는 조슈아를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WBA(세계복싱협회)와 IBF(국제복싱연맹), WBO(세계복싱기구)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두 선수의 2차전이 곧 성사될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영국에서 다음 경기 일정을 조율하던 우시크는 전쟁이 터지자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입대했다. 국민은 복싱 영웅이 하루빨리 링으로 돌아가길 바랐다. 우시크는 “병원에서 부상병들을 도운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조국을 위해 이곳이 아닌 링에서 싸워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두 달여 만에 글러브를 다시 낀 우시크는 5개월 동안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조슈아와 경기를 대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경기가 열린 당일 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우시크를 함께 응원한다”며 격려했다.
공이 울리고, 두 선수는 쉴 새 없이 펀치를 교환했다. 경기 초반 우시크의 펀치가 조슈아 안면에 잇따라 꽂히며 승부가 일찌감치 기우는 듯했지만, 조슈아가 9라운드부터 우시크를 몰아붙이며 링이 더욱 뜨거워졌다.
경기를 마친 두 선수는 서로 포옹하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함께 들었다. 결과는 우시크의 2대1 판정승. 타이틀을 지킨 그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모든 군인에게 이 승리를 바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승리로 프로 무대 무패 행진(20전 전승, 13KO) 기록을 이어갔다.
우시크는 전쟁이 터진 이후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통해 우크라이나인에게 의료 장비와 음식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경기의 대전료 일부도 전쟁에 고통받는 조국을 위해 쓸 예정이다. 그의 프로모터인 알렉산더 크라스유크는 “우시크는 지금 돈이나 명예가 아닌 국가를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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