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가상자산 제도화.. 업계 긴장 고조

신하연 2022. 8. 2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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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도 혼선이 감지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권법 제정 등을 위한 민관 합동 디지털자산 TF(태스크포스)를 출범,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공약해왔던 내용이기도 하지만 최근 루나·테라 폭락 사태 이후 불거진 여론을 의식하며 더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투자자 보호 제도와 관련 규제 공백으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과 함께 추가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가상자산 분류와 관리주체 선정 난관= 당국에 따르면 증권성을 띤 가상자산은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해 기존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고, 그 외 비증권형 가상자산은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다룰 방침이다.

가상화폐거래소 플라이빗 관계자는 "가상자산 제도화는 업계가 오랫동안 기대해온 것"이라면서 "공약에 따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도화와 법제정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으며, 선제적으로 엄격한 금융권 수준의 규정 지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상자산의 분류와 유형에 따른 관리주체를 설정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누는 기준이 아직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투자협회와 일부 증권사가 추진 중인 대체거래소(ATS)에서 증권형 토큰을 거래할 수 있게 될 경우 증권업계와 가상자산 업계간 밥그릇 싸움으로도 번질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글로벌 긴축과 맞물려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당국의 규제가 가상자산 생태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2 대한민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자산시장의 시가총액은 올해 5월 기준 1조3700억달러(한화 약1830조3000억원)로 축소됐다. 2021년 말 2조3000억달러(3072조8000억원)에서 반토막이 난 셈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상장 가상자산 대다수가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 있는 가운데 거래소들이 증권형 토큰을 대규모 퇴출할 경우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 중인 '리플'을 포함해 70~80%에 달하는 가상자산이 증권 성격을 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모두 증권형 토큰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별도 거래소에서만 취급하게 하는 건 비현실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 개정(2021년 03월 25일)돼 가상자산의 정의와 규제 방침을 마련하고 자금세탁방지의무(AML)를 중심으로 일부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특금법 만으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플랫폼의 예치금(가상자산예치금 및 원화예치금 포함)은 약 59조3814억원(2021년 8월 31일 기준)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5일 기준 일일 거래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코스닥시장 일일 거래 규모와 맞먹는다. 해외의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 대다수 주요국에서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은 기존 증권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긴장하는 가상자산업계= 이런 흐름을 의식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주요 원화 거래소들은 최근 공동 협의체(DAXA)를 구성, 오는 10월까지 자율적으로 상장심사 및 폐지와 관련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대국회 소통 강화를 위한 간담회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 및 공개 세미나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ICO (Initial Coin Offering·초기코인공개) 시장과 STO (Security Token Offering·증권형 토큰 제공) 시장의 당면 과제와 발전 방향' 리포트를 통해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에 관해서는 디지털자산법의 제정을 통해 투자자보호 및 시장신뢰성을 확보하고, 증권토큰의 발행과 유통에 관해서는 기존 자본시장법령의 개정을 통해 법제 정비를 하는 투트랙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협의체(DAXA) 차원에서 아직 사무국이 꾸려진 것이 아니라 법 제정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지만,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가상자산 제도화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기존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만큼 디지털 자산의 특성이 인정되는 방향에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초국경성 등을 특징으로 가지는 만큼 국내에서만 과도한 규제 잣대를 적용해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와 괴리가 생기면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가상자산 관련 생태계와 산업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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