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25일 빅스텝보단 '베이비 스텝' 유력"

문혜현 2022. 8. 21. 19: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0.25%포인트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6% 넘게 치솟은 소비자물가가 아직 정점을 지났다고 확신하기 어려운데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미 우리보다 높아진 상태에서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출 증가세 둔화 등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면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베이비 스텝'에 무게 = 경제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달 회의에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커진 상황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4.7%로 6월(3.9%)보다 0.8%포인트나 더 올라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연 2.25∼2.50%)는 한국(연 2.25%)보다 높아졌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격차를 좁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지난 7월에는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지만, 당시 이를 '예외적'이라고 지칭했으며, 이후에는 0.25%포인트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한 바 있다"며 "물가가 다소 안정된 점을 고려하면 당시 가이던스에서 크게 변화할 환경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7월 물가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한은도 고점을 3분기로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추가 빅 스텝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한편 한은은 25일 수정 경제전망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현재 4.5%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대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5%대 상승률이 현실로 나타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1328원까지 뛴 원화 환율 = 한은으로선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원화가치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처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장중 1328.8원까지 뛰어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 연준 이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원화 환율 급등(달러 강세)을 초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월가의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상 의지를 '블러핑'(허세 또는 엄포)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이런 월가의 성급한 판단이 투자자들은 물론 연준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여파로 50여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뉴욕 증시는 '연준이 내년 상반기 중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지면서 바닥을 찍고 빠르게 반등하는 분위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월 중순 저점에서 17% 이상 올랐고,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6월 고점에서 0.5%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융시장의 반등세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다수의 투자자가 연준의 내년 금리인하 전환을 기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지난달 연준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시장은 제롬 파월 의장이 7월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인상폭을 "이례적으로 높다"고 표현한 데 더 주목했다.

이후 연준 고위 인사들이 '조기 금리인하 전환은 없다'며 인플레이션을 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경고음을 냈으나, 시장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6∼9개월 안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라고 못 박았음에도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투자자들의 이런 반응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연준 풋'(Fed put)에 대한 시장의 믿음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연준 풋이란 금융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에 나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그러나 연준이 언제쯤 물가 안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현 시점의 연준 풋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웨이 리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WSJ에 "시장은 우리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결국은 정책 전환에 나서겠지만 시장이 예상하는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연준이 높은 금리를 계속 유지할 경우 시장은 '고통스러운 심판'에 직면해 증시가 최근 상승의 상당분을 반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문혜현기자 moone@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