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퇴직 전문가 활용, R&D 평가 전문성 높이자

2022. 8. 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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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한국기술경영교육연구원장

연구개발과제 선정 또는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아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잘 모르는 평가위원들이 진짜 전문가인 연구책임자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평가위원들의 전문성이 미흡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평가위원 선정 과정에서 여러가지 제척사유를 두다 보니 평가위원으로 위촉될 수 없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연구개발과제평가단은 관련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시행령 제27조 제3항은 '해당 연구개발과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 평가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사람(예: 평가 대상 연구개발과제의 연구책임자와 같은 기관에 소속된 사람)은 평가단에 포함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전문성을 더 중시하는 것 같지만, 실제 제도 운영에서는 평가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공정성에 방점을 두고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현직에 있는, 특히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평가에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고생에 비해 대가가 적은 평가에 최고 전문가들은 참여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전문가들로 평가위원회가 구성된다. 그 결과 공정성 시비는 줄일 수 있지만,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최고의 전문가가 연구책임자로 선정돼 최고의 연구개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될 수 있다. 총체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평가위원으로서 제척사유가 없고 평가에 적극 참여할 의지가 있는 최고 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들이 있는가? 바로 퇴직한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 특정 분야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고, 퇴직을 했으니 평가위원 제척사유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많다. 또한 평가에 참여함으써 자신의 전문성을 썩히지 않고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석·박사 연구원은 약 27만명이므로 1년에 약 1만명이 퇴직할 것으로 추정된다. 평가위원 자격을 갖춘 퇴직 인적자원은 충분하다. 다만, 활용대상을 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전문가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녹슬지 않은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

퇴직 전문가의 활용은 연구개발과제 평가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사업 기획에도 필요하다. 특히, 기업체 출신 퇴직 전문가들을 기획에 많이 참여시키면 시장과 기업의 수요를 연구개발사업에 반영하기가 용이해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연구개발과제를 발굴할 수 있다. 정부 연구개발사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연구개발 결과의 사장 내지 낮은 실용화율 문제를 풀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퇴직 전문가를 활용하는 국내 사례를 보면, 인사혁신처는 퇴직한 실·국장급 공무원들을 역량평가위원으로 위촉해 월 1회 정도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신 과학기술정보 수집·분석, 과학특강, 청소년 과학교육, 과학관 전시물 해설 등에 퇴직한 과학기술인들을 활용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무조정실은 최근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을 규제혁신추진단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1년간, 주 5일, 1일 5시간, 월 196만원이란 근무조건에 문제가 있는지 재공모에도 불구하고 계획한 인원 160명을 채우지 못했다.

연구개발 기획 및 평가에 퇴직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퇴직을 앞둔 산·학·연·관의 전문가들에게 연구개발 기획 및 평가 참여 방법을 안내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에서 소정의 연수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후 기획·평가위원 자격을 부여하고 5년간 월 1회 정도 기획이나 평가에 활동하게 하되, 위원으로서 역량이나 실적이 미흡한 사람은 배제해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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