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FBI, 북한이 한국서 암호화폐 활용 자금세탁한 의혹 추적

강길홍 2022. 8. 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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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외환송금 8.7조 정체는
이더리움 창업자 대북제재 위반혐의 기소.. 韓은행 외환송금 북한行 조사
北 송금 연관땐 은행 제재 파장.. 관련 재판서 '朴 서울시장' 언급 증거도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호주60분 캡처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호주60분 캡처
버질 그리피스. 호주60분 캡처
버질 그리피스. 호주60분 캡처

국내 은행들을 통해 이뤄진 수상한 외환송금 규모가 현재까지 65억4000만달러(약 8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중간 발표 당시 53억7000만달러(약 7조2000억원)로 발표했지만, 이후 은행들의 자체 점검 결과가 더해진 결과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된 규모만 33억9000만달러(4조5000억원)에 이른다.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출발해 홍콩·중국으로 보내져=금감원에 보고된 이상 거래 대부분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다. 거래소에서 출발한 거액의 자금은 귀금속이나 화장품, 반도체부품 등을 취급하는 국내 무역업체로 모아진 뒤 은행을 거쳐 홍콩·중국 등으로 빠져나갔다. 여러 업체의 대표와 직원이 중복되거나 업력·규모와 비교해 대규모 송금이 이뤄지는 등 통상적인 거래와 달리 불법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대구지검 반부패부는 이와 관련된 '유령 법인' 관계자 3명을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다. 일당은 국내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하는 것을 돕고 수십억원대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이상 외환송금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거래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한 김치 프리미엄이 아닌 대북 자금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검찰은 물론 국가정보원, 관세청 등도 수상한 외환송금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까닭이다.

◇암호화폐를 새 자금줄로 삼고 있는 북한=미국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던 북한이 암호화폐를 새 자금줄로 삼은 시점과 국내 은행들의 수상한 해외송금이 이뤄진 시점은 묘하게 연결된다.

친북 단체인 조선친선협회(KFA) 회장이기도 한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스페인 출신)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2019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를 주관했으며, 강연에 나설 전문가로 버질 그리피스(미국인)와 크리스토퍼 더글라스 엠스(영국인)를 섭외했다. 미 캘리포니아 공대 출신인 그리피스와 엠스는 북한 관계자들에게 미국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FBI는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2020년에 두 번째 콘퍼런스를 열 계획이었지만 그리피스가 미 당국에 체포되면서 무산됐다. 이후 그리피스는 미국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카오 데 베노스와 엠스는 현재 FBI의 수배를 받고 있다.

◇서울시장의 도움=미 수사당국은 그리피스와 엠스가 북한에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노드(네트워크 참여자)를 구축하려고 시도했으며, 이와 관련해 서울시장의 도움을 받으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9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그리피스의 재판에서 공개됐다.

그리피스가 실제로 서울시장의 도움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 미 FBI가 수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시는 문재인 정권 시절이어서 제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정권이 교체되자 곧바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미국으로 불러 수사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한국이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과 관련해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지난 9일 주관한 대담에서 닉 칼슨 전 FBI 분석관은 "북한이 암호화폐를 결국 달러, 유로화 등 법정화폐로 전환하려 하는 만큼 송금, 환전, 위장회사를 통한 돈세탁 등에 관여하는 인물들과 네트워크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FBI에서 사이버 대북제재 업무를 담당했었다.

◇국내 은행 美제재 가능성 때문에 딜레마 빠진 정부=다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이상 외환송금이 대북자금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섣불리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들이 대북 송금을 도운 것이 명확해지면 자의든 타의든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정상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금감원을 비롯해 검찰과 국가정보원까지 전방위적으로 은행들의 이상 외환송금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모두가 말을 아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필요한 경우들은 검찰이건 관세청이건 자료들을 보냈고, 더 필요한 자료가 있다고 하면 또 보낼 것"이라면서도 "다만 은행들에 대한 검사가 끝나더라도 그 실체를 금감원에서 밝힐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실히 밝혀지지 않다 보니 정치 비자금이다, 북한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각종 불법 자금이 외국으로 나갔을 것이다 등 여러 소문이 돈다"고 지적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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