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해소냐, 경쟁력이냐.. 대체거래소 도입에 엇갈린 시선

신하연 2022. 8.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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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되나
금투協, 연내 인가·법인설립 목표
빠른속도·저렴한 보수로 차별화
시장감시·청산 결제불가 한계도

한국거래소(KRX)가 70년 가까이 독점하고 있던 증권거래 시장에 대체거래소(ATS)가 문을 두드리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ATS는 이달 말 금융위원회의 심사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연내 예비인가와 법인 설립을 거쳐 늦어도 2024년에는 정식 거래중개 업무를 시작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7개 증권사(미래에셋·삼성·NH투자·한국투자·KB·키움·신한금융투자증권)가 자본시장혁신과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대체거래소 인가 준비와 법인 설립 등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또한 지난달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선정한 금융규제혁신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의 일환인 대체거래소 설립을 현실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ATS 도입을 통해 시장 경쟁과 자율을 촉진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증권시장 제도를 정비해 선진 자본시장의 면모를 갖춘다는 복안이다.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다자간매매체결회사)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를 뜻한다.

법적 정의는 '정보통신망이나 전자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동시에 다수의 자를 거래상대방 또는 각 당사자로 하여 경쟁매매의 방법 등 방식으로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권, 증권예탁증권의 매매 또는 그 중개·주선이나 대리 업무를 하는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를 의미한다.

정규 거래소와 달리 상장 심사나 시장 감시 등 기능은 없고 주식 매매 체결만 담당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50여곳, 200여곳의 ATS가 있을 정도로 대체거래소가 활성화돼 있다.

앞서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국내에서도 설립이 가능한 상태였으나, 인식 부족과 설립 운영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그간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대체거래소가 설립을 마치면 국내 첫 대체거래소가 되는 셈이다.

ATS는 빠른 속도와 저렴한 보수 두가지를 차별점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이 외에도 공매도 완전금지나 정규거래 시간 외 연장거래 등 투자자를 끌어들일 유인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개미'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지는 셈이다. 시장 경쟁을 통해 매매체결 등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는 투자업계 활성화와 시장 효율성 제고로 이어진다. ATS가 국내 대체거래소 시장의 신호탄이 되면서 국내 증시가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다만 ATS 설립 후 현재 한국거래소와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빠른 거래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이미 거래소의 주식매매 수수료는 0.0027%로 제로베이스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심리 위축으로 시장의 거래대금이 급감한 점도 연착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인들에게 초단타 거래를 권장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결국 시장감시나 공시 등 투명성과 관련된 업무나 청산 결제작업은 한국거래소에서 맡는다는 점도 한계점 중 하나다.

앞서 ATS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ATS를 독립된 시장으로 인정해 매매체결 시설 간 경쟁체제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매매체결 속도 향상, 호가 스프레드와 거래비용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말 기준 미국 내 ATS 개수는 60여개 이상으로, 상장주식 거래 점유율도 11.3%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드라마틱하게 시장이 확대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그간 한국거래소가 독점해왔던 시장에 견제도구로 작용하면서 기존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나재철 금투협 회장도 지난달 "ATS 설립이 증시에 유동성 증대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증시안정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미 법적인 ATS 설립 근거가 마련돼 있는 상태에서 최근의 증시상황이 ATS 설립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자산시장 제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ATS에서 증권형 토큰(STO)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암호화폐 수탁과 지갑(월렛)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TS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동일한 규제 하에서의 동등한 경쟁에 대해서는 투자자 편익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사실 ATS보다는 해외 거래소나 가상화폐, 조각투자 플랫폼 등 다양한 투자시장이 경쟁 상대"라고 밝혔다. ATS에 암호화폐 수탁 등 서비스 도입에 대해서는 "ATS에만 예외적인 시장규제를 허용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 공백 발생 등 문제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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