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건강에도 잠은 보약이다

권대익 2022. 8. 21. 18: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벌써 입추(立秋)가 지나고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暑)가 코앞이다.

편안히 잠에 들고 충분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 날이 힘들다.

아침부터 정신이 맑지 못해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점심 식사 후에는 밀린 잠이 몰려들어 몽롱하니 이래저래 만족스런 하루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면무호흡증은 충분히 잠을 잤지만 코골이로 제대로 잠자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인 수면 질환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태호 교수의 심장 건강]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심장 건강을 해치고 당뇨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벌써 입추(立秋)가 지나고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暑)가 코앞이다. 그러나 무더위는 지치지 않고 긴 장마로 인해 습도는 여전히 높다.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은 한낮에나 켜고 서늘한 밤공기를 기대해 밤에는 창문을 열지만 덥고 습한 공기는 여전하다. 잠 못 이루는 밤은 계속된다.

편안히 잠에 들고 충분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 날이 힘들다. 아침부터 정신이 맑지 못해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점심 식사 후에는 밀린 잠이 몰려들어 몽롱하니 이래저래 만족스런 하루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면 부족이 단지 기분을 처지게 하고 업무에 지장을 주는 정도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수면 부족은 심장을 포함해 우리 몸 전체에 생각지도 못한 영향을 미친다. 낮 시간에 이래저래 쌓인 스트레스와 이로 인해 한껏 활성화된 교감신경은 휴식과 잠을 통해 해소된다.

수면 도중에는 안정 역할을 지닌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며 심장은 천천히 박동하고 혈압은 10~20% 낮아진다. 이게 정상이고 이래야 한다. 그런데 어떤 원인이든 충분히 또 양질의 잠을 자지 못하면 수면 중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올라간다.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혈압이 올라가는 정도도 심하다.

고혈압 환자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약을 복용해 낮 시간대 혈압이 비슷해도 수면 중 혈압 감소가 충분하지 않으면 합병증 발생이 훨씬 많고 예후도 나쁘다. 일본의 오하사마 연구에 따르면 수면 중 혈압 감소가 5% 미만이면 심혈관계 합병증이 20% 증가한다.

수면 부족을 일으키는 코골이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수면무호흡증은 충분히 잠을 잤지만 코골이로 제대로 잠자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인 수면 질환이다. 단순한 코골이 정도로 생각하지만 기도가 일시적으로 막히며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부정맥(不整脈) 발생이 2~4배 증가하고 심부전(心不全)이 140% 관상동맥 질환이 30% 증가해 치료가 꼭 필요하다.

수면 부족은 2형 당뇨병과도 관련이 깊다. 잠이 모자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줄어 더 많이 먹고 운동량은 줄고 비만이 되며 당뇨병이 발생하게 된다. 2016년 국제 수면 학술지(Sleep Med Rev)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이면 상대 위험도 1.48로 50% 가까이 당뇨병 발생 위험성이 컸고 6시간 미만이면 20% 증가했다.

수면 질이 떨어지거나 수면 무호흡이 있거나 야간 교대 근무도 수면 시간 부족만큼 당뇨병 발생과 연관성이 컸다. 적절하고 충분한 수면은 당뇨병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이상지질혈증ㆍ흡연과 더불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동맥경화는 온몸의 동맥을 공격해 심장 및 뇌혈관 질환을 일으켜 건강을 위협하고 생명을 단축한다.

수면 시간과 총사망률 관계를 관찰한 16개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연구 결과가 한 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6시간 이내로 짧으면 총사망률도 높아졌다. 수면 부족을 단지 잠을 잘 못 자는 현상 정도로 단순하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